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명 백사마을에도 봄이 왔다. 백사마을이라는 이름은 옛주소인 중계동 산 104번지에서 유래됐다.
이곳에 남아 있는 120여 세대 300여명의 주민에게는 계절의 변화가 반갑지 않다. 날이 건조해지면 화재가 두렵고, 비가오면 건물 붕괴가 무섭다. 실제로 이미 여러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
<녹색경제신문>은 백사마을에서 정비사업 진행상황과 속내를 취재했다...<<편집자 주>>
▲백사마을, 지난 2011년 오세훈 시장이 시작..."첫삽 뜨려면 2년 더 걸려"
백사마을은 하계역에서 불암산쪽으로 한참을 오면 자리하고 있다. 당초 1200여 가구(약 3500명)가 살고 있었으나, 현재는 10분의 1정도인 120여 가구가 남아 있다.
마을 입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5개월 동안 거래가 없었다고 한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인근 중계동 현대6차 아파트의 시세는 30평형 매매 기준 약 6억원 정도다.
백사마을 정비사업은 지난 2009년 오세훈 시장 재직 시절 시작됐다. 당시 사업시행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백사마을 구역을 반으로 나눠 각각 분양아파트 1461가구와 임대아파트 1297가구를 건설하려고 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백사마을 정비사업지 총 18만7000여㎡ 중 약 4만㎡를 '리모델링형 주거지보전방식'으로 변경추진하면서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 시장은 2009년 ‘백사마을 임대주택’을 기존 건물을 그대로 복원해 70년대 주거문화 생활모습을 보전하는 ‘리모델링형 주거지보전방식’으로 변경 추진했다.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주거지보전지역이 기존건물을 그대로 복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1층을 모두 상가로 변경하고 2층을 주거용도로 사용하는 재건축형으로 변경했다. 또한 이를 위해 국제설계공모비용으로 65억원을 썼다.
선 이주비 100억원에 설계공모비용 65억원이 더해지고, 대량 건설하는 아파트와는 달리 단독주택을 하나씩 새로 지음에 따라 주거보전지역의 건축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현재 시행사인 서울도시주택공사(SH) 관계자는 건축비용을 2000억원이라고 밝혔다.
현 계획대로라면 GS건설이 2000여 가구를 짓는 분양아파트지역보다 698가구가 들어서는 주거보전지역의 건축비가 2배 이상 더 든다. 이것이 백사마을 정비사업 지연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주민대표회의 "자꾸 늦어지는 것이 가장 힘들어...화재와 붕괴가 가장 문제"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무엇보다 사업이 자꾸 지연되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주민들 대부분이 선(先)이주를 한 상태여서 사업이 늦어질수록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120여 세대의 남아있는 주민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누전으로 인한 화재와 건물 붕괴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두렵다고 말했다.
임연빈 중계본동주택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 부위원장은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오세훈 시장이 빠른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라며 "남아있는 주민들은 물론이고 이주민들도 재개발사업이 완료돼야 입주를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셋방살이를 하면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 부위원장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입주를 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빨라도 2년은 지나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문제가 된) 주거지보전지역을 제외한 지역만이라도 먼저 공사를 시작할 수는 없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주거보전지역의 가구수가 800가구 이하라면 토지 소유 주민들은 땅값(한국감정원 기준에 따라)만 보상받으면 된다"며 "오 시장이 사퇴하기 전에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입 주민들은 주거이전비를 받아 순환형 임대아파트로 대부분 이주한 상태다.
▲서울시 "698세대 임대주택 건축비가 2000세대 분양아파트 건축비 2배"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2009년 당시 ‘백사마을 임대주택’은 기존 건물을 그대로 복원해 70년대 주거문화 생활모습을 보전하는 리모델링형 주거지보전방식"이었으며 "이 경우 사업비가 일반 재개발 임대주택 보다 적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가 추산한 백사마을 임대주택 리모델링비는 평균 세대당 약 1억9000만원으로 일반임대주택 매입비 평균 세대당 약 2억1000만원에 비해 약 10% 가량 적다.
서울시는 "2013년(박원순 시장 시절) 기존 건축물 노후화로 리모델링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 철거 후 기존 건축물의 지형, 터, 길을 보존하는 신축 방식으로 변경 결정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기준 건축비는 동일단지 내 분양주택 대비 2배 이상 필요한 상황"이라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임대주택 매입가는 타 임대주택 매입비 대비 약 7배 이상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다른 임대주택과의 형평성 및 투자 대비 효율성 등 예산 투입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