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부족 진원지, 자동차업계 생산차질 갈수록 심각
'발등에 불 떨어진' 한국 정부 9일 대응방안 논의...12일엔 미국 정부가 업계 소집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자동차에서 핵심 IT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생산차질은 물론 애플과 중국 IT 업체의 제품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인터넷 라우터 부문도 심각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반도체 공급부족이 국내 반도체기업으로써 호재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생산을 늘리자니 생산설비 부족으로 힘들고 지금 투자를 해서 캐퍼를 늘리기도 힘들다. 남들도 투자를 동시해 할 가능성이 높아 공급 과잉상황이 될 우려도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자제품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자동차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됐을 때부터 전자제품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었다"며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공급부족 사태가 심화되면서 전세계 자동차, 반도체, 전자업종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제품 생산 차질, 중국 가전업체도 생산 압박...인터넷 라우터 부문도 반도체 부족 '허덕'
9일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맥북의 경우 반도체 부족으로 인쇄회로기판에 부품을 장착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아이패드는 디스플레이와 디스플레이 부품 부족으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은 이 같은 생산 지연으로 인해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에 필요한 일부 부품의 주문을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뤘다고 전했다. '아이폰'까지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을 받게 될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중국 가전업체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 본사를 둔 메이디 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업체로 냉장고, 세탁기 등을 주로 생산한다. 메이디그룹은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이 가전 산업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부 제품의 생산차질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샤오미가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부족으로 일부 모델 생산 중단을 공식화했으며, 반도체 부품가격 상승을 이유로 일부 TV 제품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지난주 가전업체인 월풀 차이나도 지난 3월 칩 납품이 주문보다 약 10% 줄었다고 전했다.
인터넷 라우터 부문에서도 반도체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반도체 부족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라우터 반도체가 우선순위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공급 경색이 심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라우터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장치로, 인터넷에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대만에 본사를 둔 지젤 커뮤니케이션과 미국의 애드트랜드 등 인터넷 라우터 제조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고객사에게 납기 연장을 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도 지난달 1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스마트폰 생산차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실리콘웍스로부터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터치 집적회로(IC)를 공급받기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역시 반도체 공급난에 대비해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반도체 공급부족 진원지, 자동차업계 생산차질 갈수록 심각
반도체 공급부족의 진원지였던 자동차업계의 생산중단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현대차에 이어 쌍용자동차 공장을 멈춰세웠다. 현대차는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1공장을 7~14일 휴업키로 했다. 오는 12∼13일엔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아산공장은 인기 차종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고, 기아도 주말특근을 줄이며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반도체 품귀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완성차 생산이 줄줄이 차질을 빚으며 자동차 부품업체 역시 2곳 중 1곳 꼴로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글로벌 자동차사들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은 1분기 생산을 10만대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고, 제네럴모터스도 지난달 24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감산을 발표하며 연간 이익 2조3000억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토요타, 아우디, 혼다, PSA, 닛산, 텟 등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겪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한국 정부 9일 대응방안 논의...12일엔 미국 정부가 업계 소집
한국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9일 산업부는 성윤모 장관 주재로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반도체협회 회장단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이슈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와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주요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등을 공유하고, 국내 투자 확대 및 정부 지원방안 등 향후 대응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반도체 업계는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 확대를 위한 전폭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은 연구개발 및 제조설비 투자비용에 대해 50%까지 세액공제를 요청하면서 양산용 제조설비 투자비용도 세액공제 대상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는 조만간 글로벌 반도체 공급대란 관련 대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도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적 반도체 칩 품귀 사태에 따라 오는 12일 반도체 업체들과 대응 방안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인텔, 글로벌 파운드리 등이 참여하며 자동차 기업인 GM도 함께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주재한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