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파운드리 주문 몰려...자사 스마트폰에 공급할 모바일 생산계획도 차질
반도체 슈퍼사이클 왔나...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 개선 기대
자동차에 이어 모바일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으며, 이에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의 스마트폰 부분은 퀄컴 AP칩 공급 부족 사태의 영향을 일정부분 받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생산차질을 겪고 있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근 스마트폰 반도체 재고가 바닥났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중저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퀄컴 AP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포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사재기가 AP칩 부족 촉발
중국의 화웨이 제재로 생산량이 늘어날 것을 예측한 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쟁적으로 퀄컴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스마트폰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제조사들의 잘못된 수요예측도 영향을 끼쳤다. 퀄컴과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모바일 AP 공급사들은 지난해 코로나 19 사태가 처음 터치면서 IT 기기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생산계획을 줄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IT기기 수요 폭증을 불렀고, 이는 모바일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이어졌다.
전세계 스마트폰 핵심칩은 AP칩은 애플, 퀄컴, 삼성전자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생산하거나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에 위탁생산(파운드리) 주문을 한다. 이렇게 생산된 모바일용 반도체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공급되는 구조다.
삼성전자에 엑시노스칩 공급이나 파운더리 칩 생산을 요청 큰 폭 늘 듯
전세계 모바일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 심화에 따라 삼성전자는 자체 엑시노스칩과 파운더리부분에서 호재가 예상된다. 전 세계 대형 고객들의 주문이 넘치면서 자사 전략 스마트폰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물량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억대에 달하는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을 무기로 대만 TSMC를 통해 반도체 생산라인 확보에 성공했지만 퀄컴과 엔비디아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AMD가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추가계약을 검토하고 있으며, 퀄컴도 내년 출시할 신형 스냅드래건 AP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자동차용에서 시작됐는데 최근 들어서는 모바일용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에 R&D 투자 등을 강화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왔나...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 개선 기대
스마트폰칩뿐만 아니라 메모리칩에서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온 것 아니냐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모리 반도체 제품 수요 증가로 인한 뚜렷한 공급부족 사태가 가격 상승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3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PC용 D램(DDR4 8Gb) 현물가가 최근 56%나 오른 4.7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경기회복에 따른 최종 수요강세와 재고축적 수요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반도체 업체들의 보수적인 설비투자를 고려할 때 올해 반도체 수요는 공급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급부족에 직면한 D램은 2분기부터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고, 낸드플래시 가격의 반등 시기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겨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도 올해 반도체 시장전망을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 시장의 작년 대비 성장률을 기존 12%에서 19%로 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예상 매출액도 기존 4천524억 달러(약 516조6천408억원)에서 4천799억 달러(약 548조458억원)로 275억 달러(약 31조4천50억원) 높였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역시 반도체 성장률을 조정했다. WSTS는 지난해 6월 2020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3.3%, 2021년 성장률을 6.2%로 예상했지만, 같은 해 12월 발표에서는 각각 5.1%, 8.4%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018년 반도체 서프라이즈 실적을 이끌었던 초호황기가 올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9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윤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장비 투자는 역사적으로 평균 3~5년 정도의 투자 사이클이 있다. 2019년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전년 대비 6%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 하나의 사이클이 끝난 것이라 볼 수 있다"면서 "2020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새로운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