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동토층 녹으면서 여러 ‘기후 재앙’ 이어질 듯
북극권이 지구 가열화(Heating)로 무너지고 있다. 북극권 온도가 섭씨 38도를 기록했다. 그동안 관측 사상 가장 높았던 1988년의 기록이 깨졌다. 시베리아는 올해 5월 기온이 그동안 평균기온보다 무려 10도 이상 치솟는 ‘고온 현상’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영구 동토층이 녹아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동시베리아 등 북극권 북부의 고온 현상은 지구 가열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시베리아 지역의 강에 있던 얼음이 일찍 녹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3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WMO 측은 “시베리아의 베르호얀스크 지역에서 지난 6월 20일 측정한 온도가 비공식적으로 섭씨 38도를 기록했다”며 “베르호얀스크는 동시베리아에 있는 곳으로 올해 폭염이 이어졌고 산불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르호얀스크는 사하공화국 북쪽에 있다. 매우 척박한 환경이 지배하는 동시베리아 지역이다.
베르호얀스크 기상청은 그동안 최고 기온으로 1988년 6월 25일의 37.3도라고 발표했다. 올해 38도를 기록하면서 이 기록은 깨졌다. 체르베니(Cerveny) 애리조나주립대 지리과학 교수는 “시베리아는 올해 특이하게 더운 봄이 찾아왔다”며 “여기에 눈도 적게 내려 이 지역에 극심한 온도 관측이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북극은 전 세계적으로 지구 가열화가 가장 빠른 지역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그 증가속도가 2배 정도 높다. 지난 4년 동안(2016~20129년)의 북극(북위 60~85도) 평균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북극의 2019년 9월 바다 얼음(해빙)은 1979~2019년과 비교했을 때 약 50% 이상 줄었다. 절반 정도가 지구 가열화로 일찍 녹아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극의 ‘피드백(feedback)’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구 가열화로 얼음이 일찍 녹고 바닷물이 많아진다. 바닷물은 빛을 반사하는 얼음과 달리 빛을 흡수한다. 바닷물이 열을 흡수하면서 얼음은 더 빨리, 더 많이 녹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올해 시베리아 지역이 심상치 않다. WMO 측은 “시베리아의 올해 5월 기온은 그동안 평균기온보다 10도 이상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비단 5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시베리아 지역은 지난 겨울과 봄에 평균기온을 넘는 온도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고온 현상이 계속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겨울과 봄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시베리아 강의 얼음을 일찍 녹은 것을 지목했다.
유럽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측은 “지구 전체가 가열화로 기온이 오르고 있다”며 “다만 특정 지역의 경우 그 속도가 매우 빠른데 시베리아의 경우 기온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 현상이 8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북극 기후 포럼(Arctic Climate Forum)은 올해 6~8월 북극 대부분 지역에서 기온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북극 기후 포럼 측은 “기온은 상승하고 강수량은 줄어들면서 8월까지 시베리아 지역에서 잦은 산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 영국 동토층이 녹아내리고 해안 침식도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기후 재앙’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기름유출 사고에서부터 북극곰, 순록 등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도 방출될 것으로 우려했다. 오랫동안 버팀목이 돼 주던 북극권 시스템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이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