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두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탈석탄과 탈원전 시대에 재생에너지로 가기 위한 ‘중간 역할’이 필요한데 LNG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후죽순 전국적으로 LNG발전소가 많이 들어서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부는 “석탄과 원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중간 과정에서 LNG발전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틈을 타 SK E&S, SK 하이닉스 등이 여주와 청주에 관련 발전소 건설을 시작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화석연료와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오염 배출이 낮은 LNG 발전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충북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와 관련해 11일 청와대 앞에서 ‘청주 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설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주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이유로 충북 청주시 테크노폴리스부지에 585메가와트(MW)급 LNG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대책위를 비롯한 청주시민들은 LNG발전소 건설로 환경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청주시민 “가뜩이나 미세먼지 농도 높은데 LNG까지”=청주시는 전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청주시에 SK하이닉스 LNG발전소가 건립될 경우 질소산화물 다량 배출로 대기질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게 시민단체의 진단이다. 여기에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기준치 초과, 섭씨 25도 온폐수 배출로 하천 생태계 파괴 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책위 측은 “SK하이닉스 LNG발전소를 가동되면 청주지역난방공사와 비슷한 질소산화물 ‘205톤/년’을 배출하게 된다”며 “미세먼지 배출원을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청주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만을 위한 LNG발전소 건설을 청주시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온폐수 문제도 거론했다.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공청회 때 SK하이닉스 직원은 폐수 배출 온도는 25도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측은 이를 거론하며 “섭씨 25도의 물은 온폐수에 해당된다”며 “25도 온폐수가 하천으로 들어가면 하천 생태계는 그대로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발전소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대책위 측은 강조했다. 대책위 측은 “SK하이닉스가 지으려고 하는 LNG발전소는 SK하이닉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자기 목적이 명확한 민간발전소”라며 “청주시, 충북도의 전력공급과 상관없는 민간발전소이고 더욱이 SK하이닉스는 LNG발전소가 백업전원이라고 하면서 365일 24시간 가동하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즉 SK하이닉스의 전기 장사로, 이익은 모두 SK하이닉스가 가져가고 이에 따른 질소산화물과 발암성 물질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청주시민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재생에너지 간헐성 극복위해 LNG 필요”=한편 전문가들은 탈석탄과 탈원전으로 가는 과정에서 LNG 발전이 필요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일정하지 않은 발전) 문제를 지적했다. 가스발전소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고 에너지를 백업해 줄 수 있는 수단으로 가스 발전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10GW가 넘는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만 대체하려면 가스 발전의 6배 규모가 필요한 데다 간헐성과 계통 문제 등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으로 전력공급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고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려면 가스 발전과 보조를 맞추면서 함께 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청주시의 LNG발전소는 공공용이 아닌 민간용으로 개발되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은 더 높다. 이 같은 배경에는 LNG발전소 건설을 두고 지역주민과 충분한 소통이 없는 것도 한 원인이다. LNG발전이 재생에너지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지역주민과 소통이 먼저라는 데 전문가들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