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교체·임원 25% 감축·생산 인력 축소·투자 조정·사업구조 개편...'비상 경영'
LG디스플레이의 경영악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올 3분기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누적 적자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CEO교체ㆍ인력 감축 등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악화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LCD TV 패널 가격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데다 올레드(OLED)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OLED TV 패널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LG디스플레이는 23일 올해 3분기 매출 5조8217억원, 영업손실 436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추정한 평균 예상치(컨센서스)인 3321억원 보다 31% 많은 손실액이다. 당기 순손실은 4422억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적자폭이 증가한 이유에 LCD TV 패널 가격 하락을 꼽았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 패널 가격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며 “관련 팹(Fab) 가동률 축소, 플라스틱 OLED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로 영업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올 2분기에도 컨센서스(2846억원 적자) 보다 더욱 심각한 36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누적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1864억원)의 5배가 넘는 9375억원에 달한다. 올 4분기에도 중국발 LCD 패널 가격하락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OLED 전환에 따른 비용이 들어 올해 누적 적자는 1조원이 넘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6조124억원)보다 5% 줄었다. 전분기 매출(5조3534억원) 보다는 9% 늘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한 원인은 LCD 공장 가동률 조정으로 면적 출하가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가운데 애플 아이폰11에 모바일 POLED가 채택됐기 때문이다.
◇CEO 교체ㆍ임원 25% 감축...불황에 ‘비상경영’
LG디스플레이는 적자에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이사도 전면 교체했다. 지난 달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사임 의사를 수용하고,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4일엔 전체 임원∙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도 단행했다. OLED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했다. LCD 관련 조직을 축소하면서 발생하는 자원은 전략 사업인 대형 OLED 및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 중이다.
최근 노조 측과 구조조정 규모나 조건 등에 관한 협의도 마쳤다. 경영 환경 설명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하면서 희망퇴직을 안내했다. 근속 5년 차 이상 생산직이 대상이다. LCD 인력을 중심으로 사무직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10월 말까지 희망퇴직을 완료할 예정이다.
BOE·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 하에 LCD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글로벌 LCD 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지면서 패널의 가격은 곤두박질 쳤다.
대만 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9월 32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33달러로 지난달보다 2.9% 떨어졌다. 올해 초인 1월 상반월(41달러)과 비교했을 때 19.5% 떨어졌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38.9%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제조 2025'를 통해 LCD산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 LCD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OLED사업으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LCD 시장의 포화상태로 사업의 수익성 저하가 이어지는데 따른 대응이다. 대형 OLED뿐 아니라 중소형 OLED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중국발 LCD 패널 공급량 확대 경계...OLED 전환 가속화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공급량 확대를 경계하며, 보수적인 관점으로 경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쪽에서 신규 공장이 들어설 위기도 있다”며 “LCD 사업 관련 현재 여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대체적으로 수급이 안정화된 상태에서 4분기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2020년 LCD 시장을 보수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격 인상 및 인하 관련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보수적으로 관련 사업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구조개선 작업은 연말 혹은 연초에 마무리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ㆍ전무)는 “사업 구조개선의 방향성은 생산 라인을 전반적으로 봤을 때 어느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게 가장 경쟁력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서도 기존 LCD 영역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IT·커머셜·오토 사업은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용 플라스틱 올레드(P-OLED) 패널과 관련해선 “현재 고객이 요구하는 물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화 단계에 와 있다”며 “그동안 전략고객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여러 사안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지금은 상당부분 클리어 됐다”고 밝혔다.
광저우에 지난 8월 준공된 OLED 생산 공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중국에 대형 OLED 패널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OLED TV 1000만대 시대를 가속화하겠단 전략이다.
서 전무는 “월 6만장 OLED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며 “OLED 패널 출하량은 올해 예상치인 360만대에 못미쳐 350만대를 밑돌듯 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광저우 공장의 상태는 마지막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이고 고객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연내 정상 가동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LCD 공장은 축소 운영한다.
서 전무는 국내 파주 액정표시장치 생산 라인인 P7과 P8에 대해 "가급적이면 연말에 정리할 예정"이라며 "중국, 구미, 파주 등 LCD 공장 많은데 어느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게 가장 경쟁력 있겠느냐에 대해 제로 베이스에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투자 계획도 전면 수정했다. 설투자(Capex) 규모를 기존 계획 금액보다 축소 투입한다.
서 전무는 “올해 예상한 8조원의 투자에서 5000억원 가량 줄이겠다”며 “앞으로도 캐팩스는 올레드(OLED)를 중심으로 감가상각비 범위 내에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엔 OLED 시장 확대 될 것...삼성 디스플레이 투자 환영”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QD(퀀텀닷) 디스플레이' 투자를 환영했다. OLED를 생산하는 기업이 많아져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들은 세계 OLED TV 판매 대수가 600만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아산 1캠퍼스에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라인'을 구축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가 본격화되면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고용유발계수 기준으로 신규 채용 이외에도 5년간 약 8만1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 전무는 이에 대해 “QD 디스플레이가 QD OLED를 지칭한다면 블루 OLED 사용, 자사와 동일한 방싱으로 증착한 OLED일 것”이라며 “경쟁사가 참여함으로써 올레드 생태계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결국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의 중심이 올레드 대세화라는 관점에서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몇년 먼저 올레드를 준비해왔으니 차별화 포인트를 충분히 발휘해 독자적 경쟁력 가져가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OLED TV의 시장규모는 내년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수요에 맞춰 캐파(생산량)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OLED TV 시장 규모를 600만대 중반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이 곧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민 나이스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사업구조 전환에 따른 희망퇴직비용, 자산 감액손실 등 일회성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사업구조 전환 이후 고정비 절감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총매출 중 OLED 매출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예상되나, 광저우 공장 가동으로 2020년에는 약 50% 수준까지 상승할 전망"이라며 "대형 OLED의 매출 확대와 수익성 제고 정도, 중소형 OLED의 영업손실 축소규모가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