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률 ‘유혹’...부동산 리스크 커져 항공기·선박 등 다변화 필요
지난 수년 새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에 짭짤한 수익을 안겨 뜨거웠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열기가 극심한 경쟁을 불러오면서 시장 과열로 이어져 부실 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KB증권, 호주 부동산 펀드 사고로 손실 우려...잘 나가던 대체투자 '비상'
최근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호주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인 ‘JB 호주NDIS 펀드’에서 사고가 발생해 가입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우려되면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 펀드는 호주 투자사인 LBA캐피탈이 현지 부동산 임대사업에 대한 대출 약정을 맺고, 이 차입 자금으로 호주 아파트를 매입해 장애인 임대주택으로 개조한 뒤 발생하는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방식의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이다.
호주 정부가 복지제도를 통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임대료를 지원하는 일종의 정부 보증 수익상품으로 신뢰도가 보장되는 사업구조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문제는 LBA캐피탈이 계약상 차입금으로 기존에 매입하기로 한 아파트 대신 토지를 사들이면서 발생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대출약정 위반을 이유로 긴급 자금 회수와 함께 법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올해 2분기에 이 상품을 판매했으며, 펀드 규모는 기관투자자 2360억 원, 법인·개인투자자 904억 원으로 총 3264억 원이다.
KB증권 측은 투자금 중 2015억 원 정도를 회수했으며, 나머지 가운데 882억 원 가량의 현금과 부동산은 법원에 자산동결을 요청한 상태로 추후 강제 집행과 소송을 통해 회수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머지 약 10% 정도에 해당하는 350여억 원은 해당 회사 임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다툼을 통해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률 ‘유혹’...부동산 리스크 커져 항공기·선박 등 다변화 필요
미·중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악재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번지면서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등 초저금리 시대로 직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추이가 지속된다면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쏠리면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또 한 번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5년 당시 약 13조 원 정도였던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가 최근 5년 간 급성장하면서 매년 순자산총액이 매년 9~10조 원씩 증가해 지난 달 말 기준 50조 원이 넘을 정도로 투자자로부터 각광을 받아 왔다.
특히,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로 높은 이익을 거두면서 기존 브로커리지 수수료에 기댔던 수익구조를 전환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이처럼 주로 대형사 중심으로 형성됐던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에 중소형사들도 속속 뛰어들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며 이전투구가 본격화되는 모습도 목격된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한국 금융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낮은 해외 부동산의 가격까지 다 올려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제히 달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분야에서는 인력 채용도 쉽지 않아 이미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업력이 높은 본부장급이나 팀장급 외에도 연차가 낮은 경력직들을 두고도 영입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호주 부동산 펀드 사태가 묻지마 투자식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는 반응이다. 경영진의 성과 압박으로 서둘러서 조직을 꾸리고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현지 부동산 시장이나 파트너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실사 능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운용사만 믿고 무리하게 딜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대체투자에서 해외 부동산 쏠림현상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해외 부동산 대신 항공기나 선박,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펀드 비중을 높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