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이 안정적인 고수익 대체투자 상품으로 앞다퉈 판매해왔던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 사고가 터져 투자자 보호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고는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JB 호주NDIS 펀드’에서 발생됐다. 이 펀드는 호주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탈과 대출 약정을 맺고, 이 회사가 호주 아파트를 매입해 장애인 임대주택으로 개조한 후 임대료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방식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다. 호주 정부로부터 임대료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 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 구조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던 상품이다.
하지만 LBA캐피탈은 기존에 매입하려던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수익률 하락을 피하기 위해 차입한 자금을 원래 용도인 아파트 매수가 아닌 토지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LBA캐피탈이 계약상 대출 약정을 위반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긴급 자금 회수와 법적 조치를 위해 현지 실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올해 2분기에 이 상품을 판매했으며, 펀드 규모는 기관투자자 2360억 원, 법인·개인투자자 904억 원으로 총 3264억 원 정도다.
KB증권 측은 LBA캐피탈에 투자한 자금 가운데 2015억 원을 현금으로 회수 완료했고, 나머지 투자금에 대해서는 호주 법원 명령으로 자산동결이 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투자 원금 중 10% 가량은 단기간 내 회수가 어려울 전망이어서 당장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우수한 수익률을 안겨줘 그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에게도 알짜 수익원이었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 판매에 투자자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쌓이면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몇 년 간 해외 상업용 부동산으로 재미를 보자 경쟁사들도 재빨리 조직을 꾸리고 인력 부족으로 경험 없는 인력들을 마구 투입하면서 경쟁만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해외 부동산의 경우 실제로 투자 경험이 부족한 국내 금융사들이 실사도 제대로 안 하는 등 관리 역량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서로 마구잡이식 경쟁에 뛰어들어 리스크가 높은 물건에도 손을 대 향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