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으로의 수출길 험난해질 듯
구체적으로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어떤 품목이 해당되는진 안 밝혀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의 혼란을 더욱 더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
일본 정부가 결국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7일 오전 공포했다.
이로써 21일 후인 28일부터 일본 기업 등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수출 절차가 기존보다 대폭 까다롭게 바뀐다.
일본 정부가 비규제(일반) 품목도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품목과 상관없이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언제든 한국에 수출되는 상품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길이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이미 지난달 1일 한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리지스트)은 지난 한 달간 1건의 수출허가도 받지 못했다.
한국을 백색국가서 제외한 건 "통상적인 수출 관리의 일환"이라고 거듭 밝힌 일본 정부의 해명과 상반되는 결과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한국을 백색국가서 제외하면서, 그간 사용하던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군사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혜택을 총 27개국(한국 포함)에 제공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을 이 국가들(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기존 '백색국가와 非백색국가'가 아닌 'A·B·C·D 그룹'으로 나눠 부르기로 했다.
그룹A 국가엔 일본기업이 규제 품목을 수출하는 경우 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3년간 개별허가 절차를 면제하는 혜택이 적용된다.
기존 백색국가들이 이에 그룹A에 해당한다.
그룹B는 핵물질 관련 핵공급그룹(NSG), 화학·생물학무기 관련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무인항공기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일반 무기 및 첨단재료 등 범용품 관련 바세나르 체제(WA) 등 4대 수출통제 체제 가입국이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가로, 그룹A에서 제외된 나라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은 이번에 그룹A에서 그룹B 국가로 지위가 강등된 셈이다.
그룹B는 특별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룹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한층 복잡하다.
또 그룹A 국가는 원칙적으로 수출기업이 자율적으로 관리하지만, 그룹B 국가로 수출할 때는 정부가 강제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현장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룹B로 한단계 낮은 대우를 받게 되는 한국은 오는 28일 이후 나사, 철강 등 수많은 비규제 품목에서도 일본 정부가 군사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출이 불허될 수도 있다.
개별허가의 표준심사기간은 90일이지만, 일본 정부는 추가 서류를 요구하는 형식으로 심사기간을 늘릴 수 있고, 공들여 심사를 받았음에도 수출 불허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출업체가 정해진 허가 기준에 만족하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가 판단한다"며 "상황에 따라 수출심사가 수주 또는 수개월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출심사가 까다롭고, 까다로운 수출심사에 적극 협조해도 수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서 일본 업체들이 한국으로의 수출을 신청할지는 미지수다.
그룹C에는 그룹 A, B, D에 속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가 포함된다.
그룹D는 수출관리 업무상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국가로, 북한, 이라크 등 10개국이 해당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을 백색국가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7일 오전 공포하면서, 수출 규제 시행세칙인 '포괄허가 취급요령'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략물자 1100여개 품목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수출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로 바뀔지 알 수 없게 됐다. 이 또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을 혼란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 여러 움직임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품목을 제한할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고 6일 오후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밝힌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꾸준히 지목받아온 품목이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