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빙하가 2100년쯤에 75%나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식수 공급 문제는 물론 산사태, 홍수 위험까지 덮칠 것으로 분석됐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시. 아시아의 높은 산맥 이름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이곳은 모험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반면 이 근처에 사는 약 10억 인류에게는 다르게 다가온다. 이 높은 산맥은 이들에게 가장 깨끗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등에 있는 눈과 빙하는 남북극 다음으로 거대한 담수를 품고 있다. 수문학자들은 이 때문에 이곳을 다르게 부른다. ‘3극(Third Pole)’이란 이름을 붙였다. 남극과 북극에 이어 ‘제3의 극지’라는 의미이다. 세계 인구 7분의 1이 이곳에서 물을 공급받는다. 농업에 필요한 물을 얻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7일(현지 시각) 인공위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히말라야 지역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고 눈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 순환 시스템이 달라지고 있다. 생태계도 큰 변화에 휩싸였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미래 식량과 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이어지면 2100년쯤에 히말라야 등 이곳의 빙하가 75%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NASA는 인공위성을 통해 히말라야 빙하와 눈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구 물 순환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NASA의 HiMAT(NASA's High Mountain Asia Team)이 맡고 있다. HiMAT를 이끄는 앤서니 아렌트(Anthony Arendt) 워싱턴대학 교수는 “이곳 변화에 대한 13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날씨와 기후, 빙하와 눈, 강 하류의 위험과 영향 등 세 분야에 걸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난화와 몬순 유형의 변화로 물 순환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눈과 비가 어느 정도 내리는지, 눈과 빙하의 녹는 시기와 방법 등도 분석한다.
오랫동안 히말라야는 인류에게 과학적 연구 작업을 허락하지 않았다. 너무 높고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었다. 날씨 또한 변화무쌍해 예측할 수 없었다. 인공위성 시대가 되면서 마침내 과학적 접근이 가능했다.
아렌트의 HiMAT는 인공위성 데이터와 그동안의 수치 모델을 비교하고 통합해 히말라야 지역의 수자원 현황과 예측, 물 공급 계획 등에 대한 추정치를 작성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이른바 ‘빙하 호수’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네팔 로우어 바룬(Lower Barun) 빙하 호수는 깊이 205m에 약 1억1200만 세제곱미터의 물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약 4만5000개 올림픽 수영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거대한 양이다.
히말라야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히는데 다른 이유도 있다. NASA 측은 이를 ‘눈이 더 검게 되면서 더 빠르게 녹고 있다(Darker Snow, Faster Snowmelt)’라고 표현했다. 먼지와 그을음 등이 눈에 달라붙으면서 눈이 검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NASA 측은 “하얀 눈의 경우 햇빛의 90%를 반사한다”며 “먼지와 그을음 등이 눈에 달라붙으면 햇빛을 반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눈이 더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것이다.
아렌트 박사는 “현재까지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 히말라야 빙하와 눈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녹으면서 2100년에 이르면 빙하의 35~75%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빙하가 녹으면서 10억 명이 사는 이 지역에 산사태와 홍수 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