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문자로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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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문자로 연락해.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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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법

유선전화기를 쓰던 지난 시절, 사람들은 오퍼레이터, 비서, 집지키는 주부나 집사 등 먼저 전화를 받는 사람을 거쳐야만 당사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전화란 가정, 직장, 거리 공중전화대에서 공간을 함께 쓰는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종의 공공 기물과도 같았다.

1958년 미국 벨 전화국 광고. 나 만의 방과 전화를 갖는 것은 얼른 성인이 되고 싶어하는 모든 청소년들의 간절한 꿈이자 성인신고식과도 같았다.

요즘처럼 중개자 거칠 필요없이 당사자와 직접 연락을 취하기 쉬운 때는 없었다. 1990년대 나오기 시작한 이동전화기(핸드폰)와 2008년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이후, 현대 문명은 음성통화 시대는 접고 문자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 전화와 달리, 스마트폰의 매력은 나만의 것이라는 각별한 소유감을 주고 전화를 걸고받기 위해 한 자리에 붙어있지 않아도 되는 움직임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점이다.

이동통신 기술과 개인용 디바이스 혁명은 ‘통신의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거리’ 혹은 ‘사교적 완충지대’를 만들고 있다. 디지털 시대 등장한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 규칙 제1조항은 ‘문자로 미리 허락받고 전화걸기’라고 美 일간지 『USA 투데이』가  2019년 2월 26일 자 기사는 보도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언제든지 연락가능 하지만 통화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도미노 피자는 소비자가 피자 이모티콘(🍕 )을 문자로 보내거나 아마존 알렉사 음성비서, 페이스북으로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스마트 주문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 고객의 과거 주문 내역을 기억해 재방문 고객에게 재주문 및 메뉴 제안을 하는 기능도 있다. Courtesy: Domino's Pizza.

그 대신 현대인은 이제 하루 24시간 문자와 인스턴트 메시징 앱에 응할 태세 속에 생활하면서 스마트폰 문화에 걸맞는 새 암묵적 디지털 소통 규칙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근 성업중인 각종 배달 앱의 성공 뒤에는 전화로 주문하기 꺼리는 젊은이 문화도 기여했다. 한 집에 같이 사는 룸메이트들끼리도 방에서 나와 얼굴을 맞댈 필요없이 각자의 방에서 문자로 용건을 주고받는다. 데이트를 시작하는 남녀 사이에도 상대방에게 불쑥 전화를 걸기 전에 문자 메시지로 허락을 받으라고 연애상담 사이트들은 조언한다. 생일축하나 관혼상제 인사치례는 반드시 음성으로 해야한다는 관례도 변해서 이젠 문자인사도 용인되는 매너라고 에티켓 전문가들은 말한다.

비즈니스 소통을 할 때도 위급한 상황이 아닌 한 음성통화는 가급적 피하는 추세다. 언제부턴가 사전 예고나 합의 없이 상대방의 스마트폰 전화벨을 울리는 행위는 불필요한 급박감을 조성하고 너무 강요하는듯 무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오픈형 오피스가 많아진 요즘 대부분 사무실 실내는 전화벨 울리는 소리나 통화중인 목소리를 듣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해졌다. 실제로 2018년 여름부터 영국에서는 특히 영업 목적(보험상품, 통신상품 마케팅 등)으로 무차별로 전화를 거는 콜드콜(cold call)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5십 만 파운드(우리돈 약 7억 4천 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에티켓 저서의 전설적 전문가 에밀리 포스트(Emily Post)의 4대손 다니엘 포스트 세닝이 쓴 책 <디지털 세계의 매너>.

좋든싫든 이제 대인 소통의 표준이자 기본 예절은 문자다. 상대방의 소셜네트워크 아이디와 이메일로 직접 소통하기 쉬워진 한편으로 사소한 실수로 소중한 인맥이나 기회를 놓칠 위험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에티켓 전문가들이 말하는 성공적 의사소통을 향한 새 21세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상식은 무엇일까?

1. 음성 통화 혹은 화상 통화(페이스타임 등)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대방과 통화하기 전 통화해도 좋을지, 언제 통화가 가능한지 미리 문자로 합의한다. 특히 업무 관련일 경우, 예고없이 불쑥 전화를 걸면 상대방에게 심적인 당황감과 불쾌감을 줄 수 있다.
2. 폰에 상대방 ID가 뜨고 누구나 바쁜 요즘 세상에선 전화 통화를 시작부에 “여보세요?”나 자기 이름을 반복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전화가 연결되면 지체없이 공손하되 바로 용건을 조리있게 말하는게 예의다.
3. 상대방이 먼저 사용한 소통 방식으로 회신한다. 음성이면 음성으로, 문자면 문자로, 이메일이면 이메일로 화답하는게 원칙이다.
4.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징을 하는 도중 대화를 끊어야 할 사정이 생기면 사정을 설명하고 대화를 중단해도 된다. 단, 먼저 대화를 끊었거나 마지막 문자를 보낸 사람이 다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예의다. 상대방의 문자 회신을 못받으면 상처받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특히 업무 관련인 경우 상대방에게 예의바른 인상을 주는게 좋다.
5. 상대방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는데 어떤 사정에 의해서든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지나치게 오래 전화벨을 울리거나 소리샘에 음성메시지를 남기지 않도록 한다. 전화벨은 4회 울려서 받지 않으면 끊고, 말하고자 했던 용건은 문자로 보낸다.
6.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경우, 최소한 3회 이상 전달하여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그 이하는 무성의하고 무례하단 인상을 준다.
7. 음성통화는 목소리 톤으로 감정전달이 가능하지만 문자는 감정표현이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모티콘을 문자와 곁들여 사용하는 것도 진심을 전하고 오해 소지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단, 상황과 문화에 적절한 이모티콘을 쓴다.
8. 나쁜 소식(이별 포함)은 문자 보다는 음성통화로 알리는 것이 예의다.
9. 아침 9시 이전과 저녁 9시 이후에는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징을 자제한다.
10. 디지털 환경에서 완벽한 사적 영역이란 없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남긴 모든 디지털 발자국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공과 사를 구분해 분별력있게 문자, 정보, 사진을 공유한다.

핵심은 매너를 지키되 최대한 절도있고 효율적으로 용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과거식 빠른 상황판단력과 언어적 순발력을 요구하는 전화 문화에서는 해방되고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금 디지털판 전보치기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의사소통의 목표는 예나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얼굴을 맞댄 면대(fact-to-face)든, 음성통화든, 스마트폰을 통한 문자 소통이든 결국 모든 의사소통의 목적은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내가 목적한 바를 달성하는 것이니까.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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