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 지옥'에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정부가 ‘한국형 공기정화기’ 개발 사업을 통해 도심에 설치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는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내놓은 미세먼지 관련 공약 중 '한국형 스모그 프리타워' 시범 사업 운영과 내용과 같아 '선견지명'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측은 'MB 로봇물고기'에 빗대 비난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현 정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가 오히려 비난을 받고 있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5~12월 도심 미세먼지 정화설비 개발 공모사업을 실시하고, 사업을 통해 만든 미세먼지 제거 시설을 학교, 공공건물 옥상, 지하철 환풍구 등 도심 빈 공간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처리 용량은 시간당 40만㎥ 이상이며, 크기는 소형으로 권장했다. 주변 초미세먼지(PM2.5)를 70% 이상 줄이는 것이 개발 목표다. 대당 설치 비용은 1억~2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안철수 '스모그 프리타워' 시범 제안에 문재인 측 "MB 로봇물고기" 비난...내로남불
이에 앞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7일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책에 관한 브리핑에서 "도심에 일정 간격으로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설치하면 초미세 먼지를 줄일 수 있다"며 "야외용 공기청정기를 개발해 도심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국민이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한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하고 있다”며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공약을 논의해야 한다. 효과적인 저감 방안을 위해 미세먼지 발생원에 대한 과학 조사는 필수”라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는 작금의 미세먼지 사태로 국민 생명권이 위협받는 현실을 엄중히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중국과 외교마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국민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여성 최초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과학자다.
신용현 의원이 꼽은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으로 높이는 환경정책기본법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는 재난법 등이다.
안철수, 미세먼지 국가 재난으로 규정...중국에 환경외교 및 UN 의제 채택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주요 거점지 10곳에 공기정화탑을 상용화하는 스모그 프리타워를 설치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공공 실내 공간부터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 실외 경우엔 320개 지하철역, 356개 중앙버스 정류장을 스모그 프리존으로 만들겠다. 지하철 역사와 내부, 버스정류장 등 공공시설과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 공기청정기를 즉시 설치하겠”하는 공약을 내놨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중국 등에서 건너오는 황사·스모그와 관련해 대기오염 피해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 미세먼지 문제를 환경의제로 채택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중국에게 할 말은 하는 환경외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AI(인공지능)과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초정밀 미세먼지 예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국가 측정망 측정자료와 IOT 기반 측정망 데이터에 인공지능을 연결할 경우 1평방킬로미터 단위로 우리동네 미세먼지 예보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가정주부를 포함해 생활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가 미세먼지 대책 중 하나로 제안한 '스모그 프리타워'는 우리나라에 앞서 중국, 인도 등에서 개발 및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안에 세계 최대 '스모그 프리 타워' 시험 가동 효과...미세먼지 15% 이상 감축
중국 정부는 높이 100m의 세계최대 규모의 야외 공기정화시설(스모그 프리 타워)를 개발해 산시성 시안에 설치해 시험 가동하고 있다. '추마이타'로 불리는 시설은 하부에서 빨아들인 더러운 공기를 태양열로 덥힌 후 여과해 내보내는 방식으로 정화한다.
시험가동 결과 근처 10㎢ 안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15~20%가량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중국과학원 지구과학연구소는 밝히고 있다. 10㎢는 여의도 도심 면적의 3배가 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의 1400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과학원 지구과학연구소는 '스모그 프리타워' 가동을 시작한 이래 하루에 깨끗한 공기 1천만 ㎥ 가 생산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공기정화시설 설치에는 우리 돈 20억 원 정도가 투입됐는데, 만일 연구소의 주장이 사실이라며 투자 대비 효과는 높다.
중국이 개발한 '스모그 프리타워' 원리는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원은 태양열로 하고, 시설 하단에 유리온실 안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10여 대의 공기 흡입구가 작동한다. 외부의 더러운 공기를 빨아들인 뒤 온실을 태양열로 데우면 상승기류가 발생하면서 더러운 공기가 굴뚝 위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더러운 공기가 굴뚝을 빠져나가기 전 배출탑 끝 부분에 설치된 여러 개의 필터에서 초미세먼지가 걸러진다.
인도 스타트업 '도심 클리너' 개발, 태양광 집전판 이용...반경 7만 5천명 혜택
인도에서도 초대형 야외공기청정기를 개발했다. 인도의 스타트업인 쿠린시스템이 개발한 것으로 하루에 3천2백만 ㎥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도심 클리너'로 이름 붙여진 이 장치는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48개의 팬이 작동하고, 태양광 집전판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최종 검증단계까지 거친다면 중국 시안의 야외 공기정화시설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12m 높이의 공기청정기는 반경 3km에 사는 7만 5천 명의 시민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제공할 수 있다. 쿠린시스템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강한 공기정화능력을 검증받는 특허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네덜란드 아티스트 겸 혁신가 단 로세하르데 팀이 진행한 스모그프리 프로젝트(SMOG FREE PROJECT) 중 ‘스모그프리 타워’도 상용화에 나섰다. 특허받은 이온기술을 이용해 스모그를 흡수하며, 유해 입자를 걸러내 사람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친환경 기술을 탑재한 스모그프리 타워는 시간당 30,000m3의 공기를 정화하며 풍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도 1,170와트로 매우 적은 편이다. 최근에는 중국을 시작으로 폴란드 크라코프에 설치됐으며, 향후 멕시코와 인도 등지로 설치가 확대될 예정이다.
"도심에 빌딩이 밀집된 국가에서는 스모그 프리 타워가 효과...향후 해외 수출"
클라우드 플랫폼 '다쏘시스템'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해, 지속 가능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 디자인 스튜디오들과 협업한 작품들을 공개했다. 세계적 건축가 쿠마 켄고는 다쏘시스템을 활용해 단일 건축으로 구성된 6미터 높이의 거대한 나선형 구조물을 제작했다. 이 구조물은 아네모테크(Anemotech)에서 제작한 섬유를 이용해 90,000 대 상당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정화시킨다.
한편,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미세먼지 30%를 감축하겠다"고 공약하며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실내 체육시설 마련, 공기정화기 설치 등을 하겠다. 아이들 대신에 미세먼지를 다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3년차인데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더욱 악화됐다.
한 환경전문가는 "안철수 후보의 '스모그 프리타워'는 시범 운영해 효과가 검증되면 시도해도 되는 사업"이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도심에 빌딩이 밀집된 국가에서는 스모그 프리 타워가 효과가 있고 향후 해외에 기술 수출로 앞설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