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에 따라 지오니 파산 등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반격의 청신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억 인구의 막대한 시장. 거대 자본. 기술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업계에선 이런 중국의 IT 생태계를 짚으며 “한국의 스마트폰 산업은 곧 중국에 뒤처질 것”이란 전망이 자주, 그리고 쉽게 나왔다. 그만큼 그들의 ‘IT 굴기’는 매서웠다.
최근 그런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들이 줄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신에 따르면, 지오니는 지난해 말 파산 신청 후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 내 점유율 7위 스마트폰 업체의 파산이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 기업 줄도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의 중견 스마트폰 제조업체들 ‘휘청’...침체된 내수 경제 탓
지오니는 화웨이나 샤오미보다 앞선 2002년에 설립됐다. 한때 연 생산량 기준 1위를 차지했던 만큼 굵직한 스마트폰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던 기업이다. 2016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2.2%, 중국 시장 점유율은 5.6%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1.1%로 급락했고 200억 위안(약 3조3628억원)의 부채를 떠안으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지오니가 무너진 시기에 다른 중소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도 ‘휘청’거렸다. 현재 메이주(Meizu)도 현금 유동성 악화로 파산 위기에 처해있다. 메이주는 현재 중국 6위 스마트폰 제조사다. HTCㆍTCLㆍ스마티잔도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메이주는 작년 중국 시장 점유율이 1%대로 급락했고, TCL은 1% 미만으로 줄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시장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9천45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어들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신흥 시장이 강세임에도 불구하고 선진 시장의 출하량 감소를 메우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이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와 중국 내수의 위축을 ‘줄도산의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8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의 여파도 한몫하면서 경기에 민감한 IT분야 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파는 대기업으로도 퍼져갔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상황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조직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 축소 방침을 전했다.
중국 스마트폰 내수 시장은 2016년 4억6750만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올해도 4억8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S10로 중국 시장 반등 기회?
침체된 중국의 스마트 시장의 상황과는 반대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의 예약판매는 급증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점유율 0%대(0.7~0.8%)라는 굴욕을 면치 못한 삼성전자의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4일 해외 IT전문매체 샘모바일은 “2시간 동안 진행된 갤S10 시리즈의 사전예약 주문량이 전작인 갤S9 하루 치 예약판매 실적의 2배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분기 1.3%, 2분기 0.8%, 3분기 0.7%, 4분기 0.7%를 기록하며, 중국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에 삼성은 갤S10 시리즈가 보급형부터 5G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분된 제품군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갤럭시S10 언팩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시장에서 반등하기 위한 내 나름의 조처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마케팅 등 세세한 부분을 더 챙기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IT 굴기가 한층 꺾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도약이 성사될지는 속단하기 이르지만,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들도 신제품을 잇따라서 선보이고 있고 가격경쟁력도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낙관하기 이르다"며 "적어도 2분기 정도 돼야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