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22일 기아자동차 노조 소속 2만7천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관련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재계가 일제히 반발했다.
경영자총협회는 "유감스럽고 승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가 및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기아차도 판결 직후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선고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고법은 1심이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중식비와 가족 수당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원금이 1심의 3천127억원보다 1억원 줄었다.
기아차는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 이어 2심도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총은 이날 "오늘 판결은 노사가 1980년대의 정부 행정지침(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사실상 강제적인 법적 기준으로 인식해 임금협상을 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던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약속을 깨는 한쪽 당사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기업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고 승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협상을 둘러싼 제반 사정과 노사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신의칙 적용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관적 ․ 재량적 ․ 편파적인 판단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기업의 경영성과는 기업 내부 ․ 외부의 경영환경과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적인 사안"이라며 "단순한 회계장부나 재무제표에서 나타나는 단기 현상으로 경영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총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고임금이라는 고질적 문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근로자들의 수당을 추가로 올려주게 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국가경쟁력 전반에 어려움과 위기를 가중시킬 것은 단순하고도 명쾌한 인과관계"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총은 "기업의 영업이익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산업변화에 대응한 R&D 투자,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에 활용되어야 하는 재원임에도 이를 임금 추가 지불능력으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 사건 당사자인 회사뿐 아니라 다른 국내 자동차 생산회사들도 통상임금 부담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자동차산업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간과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 법 해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당사자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성실원칙 취지를 재검토하여 상급법원 역할에 맞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대법원 상고까지 염두해둔 입장을 전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금번 판결이 인건비 추가 부담에 따른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국가 및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서 사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재판에서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간에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우선적인 판단기준이 되고, 부차적으로 경영지표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의 경쟁상황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은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인정금액이 소폭 줄었지만 사실상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22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천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아차는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이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중식비와 가족 수당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원금이 1심의 3천127억원보다 1억원 줄었다.
재판부는 "중식대는 근로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률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 수당 역시 "일률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기아차는 근로자들에게 추가 임금을 지급할 경우 회사 경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1심에 항소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