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외아들 시대 개막下]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등의 공통점은 디지털 노마드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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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외아들 시대 개막下]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등의 공통점은 디지털 노마드 경영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8.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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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전통과 관행 파괴...오픈 마인드 소프트 파워 리더십 주목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그룹이 3세~4세 경영체제로의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아들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은 4050세대의 외아들이 이미 사실상 경영을 총괄 책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그들이다. SK그룹은 시기상조이지만 최태원 회장도 23세 나이의 외아들을 두고 있다.

이제 2세 시대가 저물며 1960~1970년대생이 주축인 3·4세가 재계의 뉴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 펼쳤던 경영과는 또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상(上)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그룹의 외아들 경영체제의 현황에 이어 하(下)편에서는 외아들 총수들이 향후 어떤 변화된 리더십을 통해 경영을 펼칠 것인지 살펴본다.

이미 재계는 외아들이 뉴리더로 나서면서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이 시작됐다. 그 변화는 리더십, 기업문화, 신성장 동력, 사회적 책임 등 경영 전반에서 근본적 체질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바야흐로 소프트파워 리더십 시대로의 대전환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우선 리더십과 기업문화의 변화다. 기존 수직적 위계질서 대신 수평적 기업문화가 재계 전반을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말 취임한 구광모 LG회장은 회장 직함이 아닌 대표이사로 불러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기존 재벌 총수 회장으로 대표되는 '황제경영'에 대한 거부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과거 황제경영 시대의 종언...수평적 스마트파워 리더십 주목

LG 관계자는 구 회장에 대해 "젊다 보니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흡수력이 빠르다"며 "말 보다는 실행을 강조하는 실용주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독단적 결정이 아닌 조직 시스템에 의해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혼자 좌지우지했던 황제경영 시대가 가고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시스템 경영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스마트기기에 익숙하면서 수평적 협력하는 디지털 노마드족이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정의한 용어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통칭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기기와 친숙하게 지낸 외아들 특성이 디지털 노마드족과 관련이 깊다.

신성장 동력과 미래 비전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중심으로 방향 제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AI(인공지능), 5G, 로봇,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이 주요 대상이다. AI 분야는 특히 미래 먹거리로서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국내외 5곳에 AI 연구센터를 개설했다. 해외 출장시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카, 스타트업 등 미래 먹거리 집중 투자

구광모 체제가 들어서자 LG전자는 캐나다에 AI만 전문으로 연구개발하는 토론토 인공지능연구소를 9월부터 오픈한다고 1일 밝혔다. 국내외 4곳에 AI 관련 연구기지가 구축되는 것이다.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를 인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의 5대 신사업 분야로 차량전동화, 스마트카, 로봇·AI,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을 꼽고 5년간 2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은 디자인 경영도 주도했다.

또 뉴리더 시대에는 신사업에서 경계가 없어지면서 협력과 경쟁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오픈 이노베이션 경영이 대세가 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작년 1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제시하며 "기술 개발 선도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해 글로벌 IT기업들과 협력 추진이 필요하다. 글로벌 전문 기업은 물론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 협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스코와 커넥티드카 개발에,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 바이두와 통신형 내비게이션 등 협력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자신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0년경 인터넷 벤처 투자 사업 차원 이(e)삼성인터내셔널을 세운 경험이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미국 스타트업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LG전자 ID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며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LG전자를 중심으로 오픈 플랫폼, 오픈 파트너십, 오픈 커넥티비티 등 3대 개방 전략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을 추진 중이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에 대응 능력도 뉴리더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회적 문제, 기존 관행에 대한 결단은 과거 선대 회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11년간 지속돼온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에 무조건 수용키로 하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소속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 80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하면서 '무노조 삼성' 기조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LG 공익재단 이사장을 전문 경영인에게 양보해 선대 회장이 승계해 맡던 50년간 관행을 깼다. 구 회장은 LG 가문의 정략결혼 전통을 깨고 끈질긴 설득 끝에 연애 결혼에 성공한 이력도 형식 파괴의 사례다. 정의선 부회장은 매년 장기 분규로 이어졌던 노사 협상을 올해는 여름휴가 이전에 타결하기도 했다.

기존 외아들 경영 사례...HDC그룹 정몽규 회장, 눈높이 리더십으로 다방면 활약

한편, 기존 재계에서 외아들 경영 사례는 드문 편이지만 정세영 회장의 외아들 정몽규 회장(만 56세)이 이끄는 HDC그룹이 있다. 외아들로서 3세 경영에서도 성공적 안착을 했다는 평가다. 1999년 현대그룹에서 현대산업개발을 독립한 후 지난 5월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그룹명을 HDC로 변경했다. 주력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는 등 실적도 호조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정 회장은 지난 달 30일 남북경제교류특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도 선임돼 활동한다. 정 회장은 소탈한 눈높이 리더십으로 다방면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외아들 경영 시대를 맞아 이들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계는 더 엄격한 잣대에 의해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외아들 뉴리더들 입장에서도 물려받은 유산을 더 발전 계승시켜야 할 부담감이 더 커졌다. 중국의 부상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은 냉엄하다.

능력 검증 없어 오너 리스크 주의해야...사회적 책임과 미래 경영 시험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줄곧 주창해온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은 "주요 그룹 외아들의 경우 온실 속의 화초처럼 대부분 비슷한 경로로 대물림을 해왔다"며 "가족이나 형제간 경쟁 과정이나 능력 검증 과정 조차 없이 그룹 경영을 맡는 것은 오너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재계 외아들 시대는 기존 총수 시절과 다른 경영 전반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운 미래와 도전이라는 시험대에 선 재계 뉴리더가 보여줄 경영의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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