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우정사업본부의 배달용 초소형 전기차 1만대 선정은 단일 대상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가장 큰 목적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더욱이 열악한 배달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면서 환경성 등 공공성도 부가되어 있어서 사업의 의미가 남다르다.
이에 따른 관련기업들의 움직임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고속 전기차와 같은 대기업 메이커 중심의 대상인 반면 중소기업 먹거리로서의 초소형 전기차는 환경부의 보조금 유지 등 다양한 정책적 고민을 함께 하던 필자로서도 가장 관심이 큰 대상이다. 이 중 우정사업본부의 대규모 초소형 전기차 선정은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 주전 언급한 관련 칼럼에서는 우정사업본부의 초소형 전기차 선정의 중요성을 언급한 반면 이번에는 꼭 고민해야 할 조건을 언급하고자 한다.
특히 3년간 전체 1만대 중 올해 예정인 1천대의 선정은 첫 단추라는 측면에서 각종 구매조건을 정확하게 미리 공시해야 하는 만큼 객관적이고 세밀하면서도 공공성과 신뢰성을 주어야 한다. 물론 올해 선정하기 위해서는 이번 달 발표예정인 국토교통부의 안전기준 인증을 기본으로 해야 하고 미리부터 구매조건과 규격을 공시하여야 대상 기업이 준비를 하고 최소한 올해 안에 보급할 수 있다.
구매조건은 해당 기업이 최소한 1~2개월을 맞추어 진행할 것이고 국토교통부의 인증을 위해서도 1~2개월은 필요한 만큼 시기적으로 이번 달 정도에는 공시하여야 연말에 1천대의 초소형 전기차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니면 아예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초에 진행하는 결단도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구매조건은 무엇을 강조하여야 할까?
우선 배달부의 동선과 편의성, 안전성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기본 조건이 슬라이딩 도어이다. 일반 자동차와 같은 여닫이는 공간이나 작업동선, 작업 능률 등을 고려하면 크게 한계가 있는 만큼 미닫이 형태의 매끄러운 슬라이딩 도어가 필수적일 것이고 필요하면 자동으로 하여 배달부의 편의성도 고민하면 좋을 것이다.
적정한 최저 지상고 등 배달부의 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수적이다. 운전석 바로 옆에는 가장 많은 대상인 편지와 간단한 소품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 확보도 필수적일 것이다. 배달부가 바로 옆에 있는 배달품목을 집어서 자동 슬라이딜 도어를 통과하여 수시로 편하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재의 왼쪽 핸들(LHD)을 오른 쪽 핸들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오른쪽 핸들(RHD ; Right Hand Driver) 방식은 일본이나 호주 등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에서 통용되는 핸들 위치 벙식이다. 물론 우리와 같이 왼쪽 핸들 방식의 국가의 경우 오른쪽 핸들 방식으로 바꾸면 장단점이 교차하는 부분이나 택배용이나 주차 단속용 차량으로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이미 우편배달용 차량은 오른쪽 핸들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배달부가 항상 오른쪽에 위치한 주택 등 배달 대상이 존재하여 안전하고 편하게 보도 쪽으로 내리고 동선을 최소화하면서 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과 같이 왼쪽으로 내리면 차선에 해당되어 지나가는 차량에 안전에 직접 위협을 받을 수 있고 배달하고 다시 돌아와 왼쪽으로 탑승하면서 위험요소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이와 같은 안전 문제와 동선 등을 고려하여 대부분 오른쪽 핸들로 구성된 차량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오른쪽 핸들이 익숙하지 않으면서 편도 끝 차선에서 1차선으로 이동 시 왼쪽 사각지대가 커지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현재 대상으로 하는 초소형 전기차는 폭이 좁아서 일반 차량과 같이 위치 변동이 아주 크지 않고 왼쪽 사이드 미러를 시야 폭이 큰 특수 미러로 교체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보도쪽으로 내릴 때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과의 조우를 고려하여 슬라이딩 도어 개방 시 주변에 알리는 경고등이나 배달부를 위한 후방 보조 미러 설치 등도 고민하면 좋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과거에 국내에서 오른쪽 핸들 수동 차량을 5년 이상 경험한 기회가 있어서 누구보다도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세 번째로 배터리의 조건이다. 물론 거리와 충전시간 등 여러 면에서 고민해야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은 당연히 리튬 이온 계통의 배터리 사용일 것이다. 기존 납축전지 등은 이미 사라지는 대상이고 심지어 최근에는 골프장 카트도 점차 리튬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될 정도이다. 이미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은 글로벌 흐름이고 아직은 고가이지만 부피나 무게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고 점차 가격도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배터리는 리튬 이온일 것이다. 더욱이 이 계통 배터리의 국내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관련 기업도 다수다.
네 번째로 내구성과 애프터 서비스의 확보이다. 물론 중소기업 제품이 많은 만큼 대기업 메이커와 달리 잘못하면 소홀하게 될 수 있는 조건이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속히 대처하고 조치할 수 있는 전국 서비스점의 확보도 중요할 것이다. 여기에 잦은 업무와 최소한의 동선과 많은 주행거리 등 여러 면에서 내구성이 좋아야 하는 것도 기본일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의 배달용 초소형 전기차 선정은 정부 차원의 시작점인 만큼 관심도도 크고 열악한 배달부의 편의성 등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큰 관심인 친환경성도 좋은 홍보대상이 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눈에 띠는 대상인 만큼 대국민 홍보에도 중요한 긍정적인 의미가 부여될 것이라 확신한다.
아무쪼록 객관성과 투명성은 물론이고 확실하고 기본적인 구매조건을 통하여 좋은 초소형 전기차가 등장하기를 바란다. 그 첫 단추가 시작되는 만큼 더욱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
녹색경제신문 po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