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3세 승계작업 이상 '無'...서민정, 유학중 주식매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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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3세 승계작업 이상 '無'...서민정, 유학중 주식매각 왜?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12.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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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주식 활용한 의결권 있는 지주사 주식 획득 과정 종료, 중국 유학으로 최대 시장 공략

아모레퍼시픽이 3세 승계를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중이다.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는 지난 7월 중국 유학길에 오른 후 12월 13일까지 3회에 걸쳐 아모레퍼시픽 보유 주식 전량(1110주)을 처분했다.

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의 최대 시장인 중국 현지에서 경영공부와 함께 인맥을 쌓을 것으로 보이다. 이번 주식 처분은 지난 2006년 말부터 10여년간 진행된 증여주식을 활용한 의결권 있는 지주회사 지분취득 과정의 마무리 단계로 풀이된다. 왜냐하면 이번 주식처분으로 증여주식이 한주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주식 처분이 관심을 받는 것은 민정씨가 2006년부터 진행된 10여년간의 작업을 통해 자기 자본(현금)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20대에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2대주주로 올라서며 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던게 가장 큰 이유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행보가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착실한 경영수업을 통한 승계과정으로 비춰지고 있기도 하다.

민정씨는 현재 서 회장(53.9%)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퍼시픽 지주회사)의 2대 주주로 지분 2.7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니스프리(18.18%), 에뛰드(19.5%), 에스쁘아(19.53%)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도 다수 보유해 3200억원대 자산(2017년 1월 기준)으로 20대(代) 주식부호 1위에 올라 있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민정씨는 2015년 7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맥킨지, 보스턴 컨설팅과 함께 3대 컨설팅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재벌 3세들이 주로 입사해 인맥을 쌓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주요 고객이 재벌들이라는 점, 재벌가 자제의 입장에서 경쟁사 입사 혹은 부모가 오너로 있는 회사에 바로 입사하기가 껄끄럽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관계가 형성됐다. 

베인앤컴퍼니 출신으로 알려진 국내 재벌가(家) 자제들로는 정몽준 현대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씨, 조현상 효성그룹 사장, 구본걸 LG패션 회장의 조카 구민정 씨,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 등이다.

보스톤컨설팅그룹 출신으로는 박용만 두산 회장의 차남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故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 박철환 금호석유화학 상무, 구본준 LG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 LG전자 과장 등이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

민정씨는 지난해 말 베인앤컴퍼니를 퇴사해 올해 1월 아모레퍼시픽 오산 뷰티사업장 SC제조기술팀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본격적인 경영 수업이 시작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태평양(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의 용인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한 서 회장의 행보를 그대로 뒤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정씨는 지난 6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중국의 유명 경영전문대학원(MBA)인 장강상학원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설립된 장강상학원은 중국 최초의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으로 마윈 알리바바 회장, 류촨즈 레노버 명예회장, 궈광창 푸싱그룹 회장, 스위주 쥐런그룹 회장, 리둥성 TCL그룹 회장 등 중국 최대 그룹의 CEO들이 거쳐간 곳으로 유명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인맥을 쌓고, 경영 수업도 겸할 것으로 보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유학 중 매각한 아모레퍼시픽 1110주, 승계과정 1막 완료

중국 유학중인 민정씨는 지난주 3차례에 걸쳐 아모레퍼시픽 주식 1110주를 전량 매각했다. 11일 500주, 12일 300주, 13일 310주를 모두 처분하며 그녀가 손에 쥔 돈은 13일 기준 약 3억5000여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에 매각한 지분은 지난 2006년 서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88주에서 비롯됐다. 민정씨는 이 주식을 활용해 현금을 들이지 않고 지주회사(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 2.71%를 획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6년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그룹')과 아모레퍼시픽으로 회사 인적분할을 단행한다. 그러면서 그룹과 아모레퍼시픽 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와  우선주를 받고 그룹의 신주를 주는 '주식교환 공개매수'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민정씨는 이에 참여해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그룹 우선주로 교환했다. 당시 민정씨는 보유지분 가운데 55%인 11만2437주를 교환신청했고, 교환 비율에 따라 24만1271주의 그룹 우선주를 획득했다. 

이후 2007년 3월, 민정씨는 남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8만9051주 중 8만8940주(약 183억원)를 증여세로 현물 납부했다. 민정씨가 증여받은 우선주는 아모레퍼시픽의 신형우선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과, 발행 이후 10년 경과시 신형우선주를 다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포함됐는데, 이런 옵션때문에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을 위한 증여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또 의결권으로 전환될 수 있는 옵션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증여세 축소' 의혹도 일었다.

지난해 12월 발행 10년을 맞아 민정씨의 그룹 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됐고, 민정씨는 서 회장에 이어 그룹 2대 주주로 뛰어올랐다. 이번에 매각한 아모레퍼시픽의 주식은 증여세를 물납한 뒤 남은 111주로, 지난 2015년 주식분할을 통해 지분수가 1110주로 늘어났다. 

결국 증여받은 20만1488주를 활용해 현금을 전혀 들이지 않고 지주사의 지분 2.71%를 획득하며 증여세까지 해결한 셈이다. 또 약 3억여원의 현금도 손에 쥐게 됐다. 

한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35.4%, 이니스프리 81.8%, 에뛰드 80.5%, 에스쁘아 80.47%, 에스트라 100% 등 자회사의 지분 상당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확실한 지배구조가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지분도 10.72% 보유하고 있으며, 민정씨는 이니스프리(18.18%), 에뛰드(19.5%), 에스쁘아(19.53%)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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