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새해 예산가운데 반환경예산 규모가 무려 1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운동연합(대표 권태선, 장재연)은 내년 예산안을 분석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정부 예산안 평가·의견서'(이하 의견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의견서는 5개 부처(국토부, 문체부, 환경부, 산업부, 과기부) 37개 사업에 대한 삭감 및 증액 의견을 담고 있으며, 환경운동연합이 삭감을 주장한 반환경 예산의 규모는 최소 1조5848억에 달한다. 또 원자력·석탄 예산 5천억 전액 삭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견서는 2018년 반환경 예산의 특징으로 △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기조가 무색하게 친원전 예산 유지, 재생에너지 투자 사실상 전무 △ 물관리 일원화 공약 좌절로 물정책에 혼선, MB 정부의 유산인 한강운하 등 지속적 추진 △ 내년 지방선거의 영향으로 경제성 없는 토건사업들을 무리하게 추진 △ 대선기간에 미세먼지 대책 강조했지만 여전히 효과 없는 친환경승용차 대책에 집중, 현대·기아차 퍼주기 논란 계속 등으로 요약했다.
에너지분야 문제 사업
에너지분야 문제 사업은 산업부 12개 사업(약 2,930억), 과기부 10개 사업(약 2,487억)이며 삭감 요구액은 최소 5,417억이다.
특히 지난 10월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원자력계 적폐로 지적된 ‘핵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소듐고속로)’ 관련 예산이 전년과 큰 변동 없이 편성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 사업 및 예산은 과기부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운영비 지원 중 247억, 원자력기술개발사업 중 824억 등 총 4개 사업에 최소 1,151억 규모다.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올해 6월 국제원자력기구가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미국 원자력 전문가 에드윈 라이만 박사가 발표한 연구 논문을 인용, 현재 7000톤에 달하는 국내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처리하려면 최소 4600년에서 2만8000천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10월 30일 대전 및 인근 지역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와 탈핵법률가단체 ‘해바라기’는 정부가 추진하는 핵재처리 사업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국내 사용후핵연료의 절반은 중수로에서 발생하므로 재처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핵폐기물 양을 20분의 1로 줄이고 관리기간을 30만년에서 300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허구이며, 핵폐기물양이 줄기는커녕 파이로 공정에서 추가 발생하는 폐기물 때문에 경주처분장 이외의 새로운 중준위폐기물 처분시설이 필요할 수 있다며 감사 청구 사유를 밝혔었다.
또한 핵융합 기술 관련 사업의 타당성 및 예산 중복편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관련 사업 및 예산은 산업부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 343억, 과기부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운영비 지원 834억,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 357억 등 총 5개 사업에 총 1,602억 규모로 편성됐다.
핵융합 발전은 안전성과 에너지원의 영구성 면에서 꿈의 에너지로 불리지만 실현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한국, EU, 일본,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은 여전히 초보적 단계로 상용화는 미지수다.
수자원분야 문제 사업
수자원분야 문제 사업은 총 9개 사업(국토부 6, 문체부 1, 환경부 2)이고 삭감해야할 예산 규모는 최소 7,563억이다.
특히 이미 지난 정권에서 실패한 국책사업에 대한 무리한 예산요구가 지적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국토부 수자원공사지원(3,150억 원)예산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레저 기반 구축예산 가운데 포함된 한강 통합선착장 건설(30억 원) 예산을 들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발전사업 269억 원, 단지사업 720억 원, 수도사업 1,632억 원의 순수익을 남겼으므로 4대강 사업 투자 실패에 따른 부채는 자체부담해야 된다는 것.
환경운동연합은 ‘지자체는 정수처리비용이 증가하고, 시민들은 용수요금 인상으로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데, 매년 순수익을 늘려가는 4대강사업의 행동대장 수자원공사에 부채 및 이자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전액삭감을 요구했다.
또한 신규예산으로 올라온 국토부의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9억 원), 충남서부권 광역상수도사업(8억 원)에 대해서도 삭감을 주장했다.
생태분야 문제 사업
생태 분야는 국토부 흑산도 소형공항,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과 문체부 관광자원개발(생활) 사업을 통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편법 집행 우려가 지적됐다.
흑산도 소형공항 사업은 경제성 없고 생태계만 파괴한다고 지적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1,833억 원에 달한다. 흑산도는 목포항에서 2시간 소요되고 배편이 일일 4회 운항되고 있는데, 국토부 예산으로 1시간 소요되는 쾌속선을 도입하고 필요한 만큼 증편하면 공항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특히 쾌속선의 도입은 어려운 해운산업도 살리고, 목포항 및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모든 섬에 혜택이 고루 돌아가기 때문에 즉각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목포항과 35분에서 1시간거리의 무안국제공항과 광주공항이 개항 이래 모두 적자인 것을 감안하면 흑산도 소형공항의 경제성은 없다고 봐야 하며, 철새도래지로서 항공기 조류 충돌 문제 역시 해소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사업 추진의 바탕이 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사업 사전타당성검토 연구(2015)' 보고서의 공정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전면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위 보고서의 데이터 허위 기재 사실을 밝혔으나 이후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사업을 강행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기분야 문제 사업
환경부의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지원예산이 도마에 올랐다. 환경연합은 위 3개 사업은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 구매보조금을 지원하고 충전 인프라를 설치하는 내용으로 총 4,033억이 편성됐으나 대폭 삭감해야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친환경차 150만대 보급 목표를 달성해도 2015년 현재 자동차 등록 대수 약 2,100만대의 7.1%에 불과하므로 대기질 개선 효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한 수송 분야의 미세먼지는 주로 경유차 특히 화물·특수차(70%)에서 배출되므로 승용차 위주의 친환경차 보급 사업은 재정 지출 대비 효과가 미미하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만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환경연합측의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황성현 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예산은 박근혜 정부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미세먼지의 2/3를 차지하는 2차 발생원(NOx, SOx) 저감 대책이 없고, 친환경 승용차 구매 지원금 위주의 예산 편성은 결국 현대·기아차에 4천억을 퍼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익재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