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전기만으로는 어려워, 수소 동반될 것
현대차 울산에 9300억원 투자해 수소 공장 건설, 미래성 확신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현대차그룹이 최근 치른 국제적 행사에서 수소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홍보하며 수소 생태계 구축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했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핵심 에너지로서 수소의 잠재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단순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벗어나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개최된 주요행사인 APEC와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수소를 핵심 아젠다로 내세웠다.
APEC에서는 ‘CEO 서밋’이 열리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국가 및 기업 정상들을 대상으로 ‘디 올 뉴 넥쏘’를 전시했다. 또한 그룹관에서 수소존을 따로 마련해 연료전지 스택의 원리와 PEM 수전해 기술, 수소사회의 모습을 표현한 디오라마를 전시하는 등 수소 경쟁력을 각인시키기 위한 그룹의 노력이 돋보였다.
CEO 서밋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의제는 수소였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 사회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주제로 세션을 진행했다. 세션에서 장재훈 부회장은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탄소중립 실현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수소와 재생에너지가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달 30일부터 11월 9일까지 도쿄에서 열리는 2025 재팬 모빌리티쇼에서도 현대차는 '디 올 뉴 넥쏘'와 수소 기술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번 모빌리티쇼에서 현대차는 신형 넥쏘를 최초공개하며 일본 시장 출시를 예고했고, 부스에서는 수소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꾸렸다.
일본도 국가별 탄소배출 감축목표(NDC)에 따라 무공해차 보급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수소차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현대차가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국제 무대에서 수소기술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수소 산업을 국제적 차원의 아젠다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걸맞게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 직접 생산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0일 현대차는 울산에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신공장은 2027년에 완공될 예정이며 약 3만평 규모에서 연간 3만 기 수준의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공장 건설에 약 93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고 밝혔으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증축 가능성도 언급했다.
▲ 아직 1%인 수소 에너지, 현대차가 바라보는 비전은?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그룹 차원에서 수소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수소 에너지 사용량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석유화학 공정을 사용하는 그레이수소가 대부분이라 수소를 청정 에너지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넥쏘의 판매량도 미지근하다. 넥쏘는 사실상 글로벌에서 유일하게 보편적으로 상용화된 수소차다. 하지만 매년 판매량은 1만대 안팎으로, 사실상 개발비도 못 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 상황은 수소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비전에 몇 가지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해석한다.
가장 강력한 논리는 친환경 전환에서 전기와 배터리가 모든 파이를 차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NDC에 따라 각 국가들은 강력한 친환경 전환 정책을 펴고 있는데 대부분 전기 에너지에 정책이 치중돼 있다. 하지만 전기 에너지는 저장과 운송의 한계가 있어 전체 에너지의 50%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배충식 카이스트 공학 교수는 "전기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면 ESS가 필수인데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희토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중국이 공급망을 차단하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배터리는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화재가 발생하는데, ESS 규모 상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일반 화재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전기로 저장할 때 100% 배터리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린수소로 바꾸는 방법이 동반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현대차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여러 공법 중 PEM 수전해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광주에서 1MW급 컨테이너형 수전해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새로 생기는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에서도 수전해 방식으로 직접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수소의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은 상용 운송수단이다. 트럭과 선박 등 대형 운송수단은 용량 및 충전 인프라 면에서 전기 사용이 어렵다.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선박의 경우 바다와 인접한 부지에 고용량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안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대형 운송수단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수소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충전 시간이 짧으면서 고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새로 울산 신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승용 뿐 아니라 다양한 모빌리티에 적용 가능하도록 여러 형태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단순히 수소연료전지를 제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소가 미래 에너지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수소 생산부터 유통, 활용까지 전방위 산업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며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차까지 얽혀있는 초대형 미래 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