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지하수 2,770만리터, 카드뮴 오염까지
오염 축소 보고 의혹…비윤리 경영에 법적 리스크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영풍의 카드뮴 유출 1심 선고가 내일로 다가왔다. 영풍은 국내 2위 아연 생산 공장인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환경오염 문제로 대법원이 조업정지 1개월 30일 판결이 확정된 데 이어 위험물질인 황산가스 관련 감지기를 끈 채 조업을 하면서 10일 조업정치 처분 의뢰까지 받았다.
이어 불과 며칠만에 낙동강에 중금속인 카드뮴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끊이지 않는 환경 오염과 제재, 재판이 이어지며 경영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영풍 기업집단의 동일인 즉 총수격인 장형진 고문이 환경오염과 중대재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내세웠던 전문경영진 체제의 무용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20일 오후 영풍 전현직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1심 선고 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2022년 2월 물환경보전법과 환경범죄단속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 2년 9개월만으로 이강인 전 대표이사 등 7명이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카드뮴 등 중금속이 포함된 지하수를 낙동강에 1,064회 누출·유출하고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지하수 2,770만여리터를 오염시킨 혐의를 받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염된 지하수 양 2,770만리터, 그리고 카드뮴 오염도 최대 3,300mg/L는 지하수 기준 0.02mg/L의 무려 165,000배에 해당하는 오염 수준이다. 또한, 제련소 관리본부장과 토양정화 담당 직원은 제련소 하부 오염 규모를 축소해 관할 지자체에 허위 보고한 혐의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박영민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내일 선고까지 더해질 경우 영풍 전현직 경영진을 넘어 영풍을 실제 소유하고 있는 장씨 일가 및 장형진 고문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영풍은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지방 환경청과 경상북도, 봉화군이 55회에 걸쳐 대기와 수질 토양, 지하수 등을 점검한 결과 3년간 대기 측정 기록부 1,868건을 조작하고 무허가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는 등 총 76건의 환경 법령 위반 사안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25건은 고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의 지속적인 안전 불감증과 환경법 위반 행위로 인한 조업 차질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은 영풍이 제기한 조업정치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하면서 앞서 경상북도가 내린 1개월 30일 조업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불과 사흘 뒤 이뤄진 환경부 수시 점검에서는 황산 가스 감지기 7기를 끈 채로 조업한 사실이 적발돼 추가로 10일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까지 처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67억원에서 37.9%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79억원으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610억원이다.
영풍의 부실 경영 책임과 관련해 지난 10년여 동안 근로자 사망과 환경법 위반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에도 영풍의 대주주 장형진 고문은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들이 지난 국감장에서도 문제가 됐다. 지난 달 24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및 중대재해 문제와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장 고문은 10년 전 대표에서 사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운 가운데 지난 10년여 동안 이강인 전 대표 이사가 환경법위반 등으로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고 현 경영진인 박영민 대표와 배상윤 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를 두고 영풍 석포 제련소의 광범위한 환경 오염 실태와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장씨 일가가 책임을 피하고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과정에서도 MBK·영풍 연합 측은 전문 경영진을 일선에 내세운 이른바 '집행 임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조업 정지와 경영진 구속 등 벼랑 끝에 몰린 영풍이 고려아연을 인수해 위기를 떠넘기고 또다시 전문 경영진을 앞세워 법적 책임을 빠져나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