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조아라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만년 2등이라고 평가받던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를 앞세워 1위 삼성전자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지각변동을 두고 SK하이닉스가 예견됐던 AI 시대에 HBM 등 차세대 메모리를 통해 발빠르게 대처한 결과라고 본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 잠정치보다 저조한 실적에 이례적으로 경영진 사과문까지 공식발표했다. 이와 다르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 1262억원, 6조 7679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서별로 실적을 발표하지 않고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아직 발표되기 전임을 감안해야겠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조단위 영업이익 격차를 내며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같은 도약에는 범용메모리가 시장의 주류였던 과거에서 이제 AI메모리 중심 시장체제 변화를 읽고 적기에 대응한 것이 발판이 되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가 HBM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하이닉스는 TSV와 WLP 기술이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극복해 줄 것으로 판단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대역폭 메모리, 1세대 HBM을 출시했다.
(*TSV: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어 상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
(*WLP: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잘라 칩을 패키징하는 기존의 컨벤셔널 패키지에서 한 단계 발전한 방식으로, 웨이퍼 상에서 패키징을 마무리해 완제품을 만드는 기술.)
이후 하이닉스는 열 방출과 생산성이 높은 MR-MUF기술을 비롯해 얇은 칩 적층, 열 방출, 생산성이 모두 탁월한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개발해 HBM3와 HBM3E에 적용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23년에는 HBM3 12단(24GB)을, 2024년에는 HBM3E 12단(36GB) 양산까지 성공한 상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다변화한 AI 서비스에 발맞춰 각 고객에 최적화된 맞춤형(Custom) AI 메모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혁신 소자 기반의 차세대 이머징 메모리 또한 개발 중이다. 이머징 메모리란 존 D램이나 낸드와 같은 전통적인 메모리 기술과 비교해 새로운 형태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메모리 기술을 의미. ReRAM, MRAM, PCM 등이 대표적인 기술이다.
이머징 메모리 기술 중 하나로 지목되는 ReRAM는 소자 안에 필라멘트가 있는 간단한 구조로, 여기에 전압을 가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라 정보 저장량이 늘어나며, 전력 소모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술력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시장에서의 우위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대비 16%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76.8%의 성장을 전망했다. HBM 등 AI 메모리의 폭발적 수요 증가가 성장 요인이라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HBM 1등 리더십을 지키는 가운데,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해 모든 제품이 AI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는 ‘The Heart of AI’ 시대를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했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