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떨어진다는 지적받은 게임 심의 제도... 우리나라에서만 차단된 게임 多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게임 사전심의 제도의 변화를 위해 게이머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를 통해 다소 비합리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임 사전 심의 제도가 바뀔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에 의하면,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서 시작된 헌법소원의 청구인 참여자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헌법재판소 설립 이래 가장 많은 수의 청구인 수가 모였다.
문제가 된 법 조항은 게임산업법 32조2항3호다. 해당 법 조항에 의하면,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은 제작 혹은 반입이 금지된다.
이 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법조항으로 인해 ‘단간론파V3’의 국내 출시가 불발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여명숙 前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 위원장은 게임 발매 당시 벌어진 동춘동 살인사건에 의해 민감해진 여론을 감안해서 게임의 유통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성회의 G식백과’에서 입수한 회의록에 의하면, 해당 사건은 ‘단간론파V3’ 등급분류 회의 당시 논의되지 않았다. 당시 등급 분류 거부를 주장한 위원은 살인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게임 내용을 언급하면서 게임산업법 32조2항3호를 근거로 해당 게임의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게관위도 지난 2022년 스팀 플랫폼에 공문을 보내 성인용 게임에 대한 차단을 요구했다. 이에 성인 게임 ‘오크 마사지’가 우리나라에서 차단됐다. 여기서도 ‘단간론파V3’의 유통을 거부했을 때와 같은 논리를 들고 나왔다. 당시 게관위는 해당 게임이 32조2항3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오크 마사지’가 게임이 아닌 음란물에 해당하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작년에도 ‘닌자 타락시키기’, ‘관리인의 엿보기’ 등과 같은 게임들의 국내 유통도 막혔다.
이러한 행보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 됐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게관위의 이러한 행보는 우리나라의 ‘갈라파고스’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단간론파V3’를 제작한 스파이크 춘소프트는 해당 게임의 등급 분류 취소 이후 우리나라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올해 6월이 되서야 해당 회사에서 제작한 ‘초탐정사건부: 레인코드’가 스위치 플랫폼 한정으로 한국어를 지원했다. 이마저도 국내 유통사인 대원미디어 측에서 많은 힘을 쏟아 성사된 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검열 기조가 이어진다면, 이와 유사한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 심의의 강도와 효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비판도 있다. 일례로 ▲일본 CERO ▲북미 ESRB ▲유럽 PEGI ▲독일 USK 등 해외의 심의 기관들은 모두 민간기구다. 심의 기관이 국가 기구에 속한 사례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튜버 김성회씨는 “악법인 강제적 셧다운제 법을 2달만에 폐지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게이머 여러분들께서 동참해 주신 덕”이라며 “게이머분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대한민국 역대 헌법소원 최다 청구인수 위업을 이룰 수 있게 돼 무한히 감사드리며 이 부당한 검열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대리인인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받았으며 대한민국의 핵심 콘텐츠 산업이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되었는데도 다른 콘텐츠에 비해 게임에 대해서만 유독 엄격한 잣대가 드리워지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표출된 것”이라며 “이번 헌법소원이 인용되는 경우 비로소 게임에 관해 여타 콘텐츠와 동일한 심의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관위에서 맡고 있는 등급 분류 업무를 민간에 단계적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해당 업무가 민간으로 완전히 이양된다면 게관위의 역할은 사후 관리 기능으로 한정될 것”이라 말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