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동 피고인 접촉 정황으로 볼 때 증언 번복 종용 가능성 있다"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 측이 9일 열린 보석 심문에서 허 회장의 건강 상태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허 회장이 사건 관계인들에게 진술을 번복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재판부에 보석 불허를 요구했다.
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노조 탄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조승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허 회장 보석 심문에서 변호인 측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보석을 요청했다.
허 회장 변호인은 "검찰의 수사가 3년 넘게 이어졌으며 진술과 증거물 모두 이미 제출된 상황"이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진술 조작을 할 의도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특히 "허 회장이 만 75세의 고령으로 심장 부정맥 진단을 받았으며, 여전히 간헐적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황증상에 부정맥과 호흡곤란 등이 이어지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공동 피고인인 황재복 SPC 대표를 회유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허영인이 황재복에 대해 진술 번복을 요구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피고인들이나 직원 등에게 외압을 가할 시 허 회장에게 오히려 심각한 불이익이 초래되기 때문에 유도를 종용하고자 하는 마음도 추호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허 회장의 건강이 양호한 수준이고, 증거인멸 우려가 여전하다고 반박하며 첨예하게 맞섰다.
검찰 측은 "구속 사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공동 피고인들이 PB파트너즈에서 활동하고 있어 증거 인멸 사유와 증인들의 증언 번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 피고인인 황재복 대표와 접근한 정황이 있으며 도망의 염려도 있다"면서 "구치소가 건강에 우려가 없다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해 보석 신청 불허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허 회장은 보석 심문 최후발언을 통해 "처음 경험하는 복수노조 체제에 대한 대응이 미숙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내 불찰이 크다"며 "소수 노조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쓴 부분이었지만 이번 일로 많은 후회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허 회장은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 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관련해 소속 조합원 570여 명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 등을 받는다.
허 회장 측은 지난 2일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노조 와해 공작을 통해 노사 자치를 파괴한 사안이 아니다"며 "소수노조의 불법시위에 대응하며 일부 과도한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공동 피고인인 황 대표 측은 '허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혐의를 일부 인정 중이다.
3차 공판은 오는 16일 진행된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