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국동 대표 포함 전문성 부족한 임원 다수… 1분기 실적 하락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
금감원 '간접 경고'에도 ‘낙하산 인사’는 ‘전통’? "농협중앙회-계열사 지배구조 개선 및 인사 기조 변화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NH농협손해보험의 이사회를 두고 '비전문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사회 인적 구성이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인사 기조를 적극적으로 쇄신해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손보는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비상임이사로 강도수 월항농협 조합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협손보의 이 같은 인사 기조에 비판을 내놓고 있다. 회사 주요 사안에 결정권을 쥔 이사회 구성원을 선임하면서 전문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국동 대표이사를 포함한 현 농협손보 이사회 구성원 9명 전원은 농협손보 이사로 보험업계에 '첫 발'을 디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임 이전에 보험업을 전문적으로 경험해봤던 이는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 농협손보 이사회는 농협중앙회·감사원·지역농협·법조계·학계·언론계 출신 등으로 구성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문성 부족한 이사회 구성이 농협손보의 최근 실적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농협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598억원으로 전년 동기(789억원) 대비 24.3% 감소했다. 투자손익의 경우, 지난해 1분기 543억원이었으나 58.4% 급감하며 224억원에 그쳤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농협 등에서 보험 상품을 다뤘다고 해도 주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험업 경험이 전무하거나 부족한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기업의 전략적인 방향성을 결정하고 위험 요인을 관리 및 감독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지적에도 농협손보가 인사 기조를 바꾸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5월 타 보험사 검사 결과에서 "이사 대부분이 보험업 경력이 없거나 미흡해 향후 보험업 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 같은 '간접 경고'에도 농협손보의 인사 기조에는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농협손보가 금감원의 타 보험사 검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보험업 경험이 없었던 서국동 대표를 선임하는 등 기존의 인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는 농협중앙회가 최상위에 자리한 지배구조가 농협손보의 인사 기조에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지배구조는 농협손보 지분 100%를 농협금융지주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농협중앙회가 보유하는 형태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자연스럽게 농협손보 인사에도 닿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기에 지금까지의 인사 기조가 일종의 전통처럼 굳어지는 면도 있는 것 같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인사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손보 관계자는 이사회 비전문성 논란에 대해 "최근 선임된 조합장 출신 비상임이사는 농협지배구조 규범상에서 규정한 기준에 적정한 인물로 절차상 이상 없이 선임됐다"며 "무엇보다 농협손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축협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해당 인물은 농협손보만이 취급하고 있는 농업, 농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과 가입대상인 조합원에 대한 이해가 매우 깊어 어느 누구보다 당사의 안정적인 경영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