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러시아 현지 사업 축소 기조 이어갈 듯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러시아와 북한의 동맹 관계가 강화되고 우리나라 정부가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재검토'를 맞대응하면서 한·러 관계가 1990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러시아에 진출해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인 러시아법인인 러시아우리은행이 향후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러 관계가 악화되면서 러시아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에 제재를 가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평양 회담 이후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며 며칠 만에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20일 푸틴 대통령은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 전투구역에 보내는 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것은 아마 한국의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러 관계 악화는 안보 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은행이 향후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단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의 러시아법인인 러시아우리은행은 2022년 120억원, 2023년 8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아직 러시아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진 못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기준금리가 높은 탓에 수익성이 강화돼 우리은행에겐 잠재력이 높은 땅이었다.
하지만 한러관계가 악화되면서 우리은행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악의 경우엔 우리은행의 자산이 러시아 정부에 의해 국유화될 수도 있다. 실제 러시아는 서방기업이 자산 매각 시 시장 가치의 50% 이상 할인된 액수로 팔아야 한다는 제재를 가했고, 러시아를 떠나려는 서방기업들에 매각 가격의 15%에 달하는 출국세를 부과한 바 있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러시아 현지에서 이미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러시아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러시아중앙은행으로부터 외환 포지션 거래 위반 등으로 과태료 100만 루블(약 18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러시아 정부가 또 다른 이유를 걸고 넘어지며 우리은행에 다시 제재를 가할지 모를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우리은행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지난해 현지 사업을 축소했다. 마케팅 부서를 폐쇄하며 신규 영업에 신중을 기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우리은행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축소하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관계가 앞으로 더욱 악화된다면 우리은행은 러시아에서 사업 철수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15년 이상의 노력이 무산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 우리은행에겐 뼈아픈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