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인 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2년 28억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2032년에는 약 424억 8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요 전기차 생산 국가인 우리나라 역시 배터리 재활용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제도 도입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EPR 제도, 왜 유럽과 반대로 가는가?
2023년 한국 환경부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EPR에서 제외했다. EU 회원국들이 2025년 8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산업용 배터리 등을 포함한 모든 배터리에 대해 EPR을 시행할 예정인 것과 반대다.
이 결정은 재활용 업자들이 EPR 제도의 적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과 규제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NCM 배터리는 굳이 EPR 제도로 포함시켜서 강제하지 않아도 고가에 판매되는 만큼 회수율이 높다는 것이다.
환경분야 전문가는 “문제는 LFP(리튬인산철) 폐배터리인데 LFP는 경제성이 떨어져 재활용보다는 대부분 매립한다”라며 “2022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보급이 1천만대로 확대됐고,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모두 2026년 LFP 배터리 양산을 밝힌 만큼 LFP 폐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는 10년 뒤인 2036년 무렵부터 환경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했다.
산업분야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의 패권에서 밀린 유럽이 EPR 제도를 통한 ‘산업 규제’로 방향을 잡았다면 전기차 생산 수출국인 우리나라는 차후 확대될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산업 확대’를 중심에 놓고 있다”라며 “상황이 다른 우리나라가 유럽의 EPR 제도를 구태여 따라갈 이유가 없으며 민간 기업의 재활용 기술 발전을 촉진시키는 쪽으로 가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민간 기업 중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회사는 에코프로, 성일하이텍 등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앞서나가고 있는 기업들
현대글로비스는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 중인 전기차(EV)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이를 위해 2차 전지 소재 전문 기업 에코프로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국내・외 재활용 사업 밸류체인 강화, 재활용 사업 운영 체계 최적화, 재활용 공정 자동화 구축 등 사업 전반에 걸쳐 협력하기로 했다.
에코프로와 같은 한국 기업들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하여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폐쇄형 재활용(closed-loop recycling)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환경친화적이며, 화학 반응제와 배출물이 적게 발생하는 방법이다.
한편 대표적인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성일하이텍은 4일 새만금3하이드로 센터를 준공하여 전기차 폐배터리 신공장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30만 대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 발전을 보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LFP 배터리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정부가 예의 주시해야 한다”라며 “LFP 배터리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EPR 제도에 편입시켜 강제화해야 한다”라고 했다.
문홍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