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지적... 전반적인 분위기 바꿔야 한다는 지적 나와
우리나라 게임사들의 1분기 성적표 공개가 마무리됐다. 가시적인 실적은 개선됐으나, 아직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던 넷마블은 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 나갔다.
넥슨의 매출과 영업 이익은 내부 전망치를 상회했다. 해당 회사는 이번 1분기 매출 9689억원, 영업이익 2605억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올 1분기 665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31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올 1분기 우리나라 게임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46%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3979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568% 증가했다.
컴투스 역시 62억원의 흑자를 냈다.
적자 기조에서 벗어난 기업도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8분기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다.
다만 주요 기업들이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아직 업계가 보릿고개를 완전히 넘어가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넷마블은 1분기에 58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분기 대비 12% 감소한 수치다.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영업 비용을 줄여 흑자 유지에 성공했다. 이번 분기 넷마블의 영업비용은 5817억원이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10% 줄었다. 인건비 역시 줄었다. 넷마블은 1분기 동안 인거비로 총 1795억원을 지출했다. 해당 회사의 인건비가 18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엔씨소프트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번 1분기 해당 회사의 영업 비용은 3722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14% 줄어든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봐도 6% 줄어들었다. 특히 마케팅 비용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번 1분기 해당 회사의 마케팅비는 69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83% 감소한 수치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신작 출시 및 게임 별 대규모 업데이트 관련 광고 집행을 축소하는 등 마케팅비를 효율화했다”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이후에도 비용 감축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이번 연도에 삼성동 엔씨타워를 매각하고 판교 R&D 센터의 자산 유동화를 거칠 것”이라 밝혔다. 또한 권고사직과 분사를 통해 본사 인력을 4000명대 중반까지 감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넥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48% 감소했다.
이에 플랫폼 다변화, BM 기조 수정 등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미진했던 콘솔 게임으로 성과를 본 기업도 존재한다. 네오위즈는 올해 1분기 매출 971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1085% 늘어난 수치다. 이는 'P의 거짓'의 흥행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오위즈의 1분기 PC 및 콘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9% 늘어난 446억원이다. 전분기에 이어 모바일 매출을 뛰어넘었다.
시프트업 역시 '스텔라 블레이드'를 통해 세계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공식적인 판매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해당 게임이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당 회사는 최근 상장 예비 심사를 승인 받았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소위 '리니지라이크'로 불리우던 과금 구조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표는 "유저 친화적인 게임과 장르의 게임을 계속해서 내는 것이 결국 유저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배틀크러쉬, 프로젝트BSS, 아이온2, LLL 등은 배틀패스나 스킨 또는 코스튬 등의 BM을 가지고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갈라파고스'화 됐던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 차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해 콘솔 및 인디게임 육성 방안을 내놓은 만큼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