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차세대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미국 진출 제동…사업 차질 불가피
휴젤 대웅제약 메디톡스 등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이 국내 보톡스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바이오 등 후발기업들이 국내시장 진출을 앞두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종근당바이오는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후보물질 CKDB-501B 임상을 진행 중이다.
또 그동안 수출에 전력해온 파아리서치바이오가 지난 2월 식약처로부터 ‘리엔톡주 100유닛’ 품목허가를 획득한데 이어 비슷한 시기에 제주에 본사를 둔 한국비엠아이도 ‘하이톡스주 100유닛’에 대한 국내 판매용 허가를 받았다.
현재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2000억 원 대로 추정되는데 10여개의 국내외 기업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출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톡신 가격은 엘러간이 독주하던 20여년 전만해도 30~40만 원대 였으나 국산화 이후 국내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100유닛 기준 보툴리눔 톡신의 병·의원 공급가가 최저 1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반면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은 글로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2023년 3조 2500억 원에서 2031년 6조 36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대 시장 미국을 겨냥한 국내 대표 톡신 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업계 1위인 휴젤은 지난 2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 50유닛·100유닛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허가는 지난 2021년 3월 첫 FDA 도전에 나선 이후 세 번의 시도 끝에 얻은 성과다. 회사는 품목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 이듬해 3월 FDA로부터 공장 추가 설비 및 허가사항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했다.
자료 보완 이후 같은 해 10월 재도전에 나섰지만 작년 4월 공장 관리와 관련한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또 한 번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에 회사는 공장 설비 및 일부 데이터·문헌에 대한 보완 작업을 완료하고 지난해 8월 BLA를 재제출하고서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FDA 승인으로 휴젤은 세계 3대 톡신 시장인 미국·중국·유럽 모두에 진출한 국내 최초 기업이자 글로벌 3번째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내 톡신 개발사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웅제약은 2019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에 나섰다. 앞서 2018년 5월 CRL을 받아 재도전 끝에 2019년 2월 허가를 받고 나보타를 출시할 수 있었다.
FDA 승인 이듬해 매출 500억 원을 돌파하고 지난해에는 1500억 원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 수출로 2030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해 나보타의 글로벌 매출은 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볼루스와 파트너십을 통해 ‘주보’라는 이름으로 시장점유율 11%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 출시된 톡신 제품들은 미국 애브비 '보톡스', 프랑스 입센 '디스포트', 독일 멀츠 '제오민', 미국 레반스 '댁시파이' 등이 있는데 이중 보톡스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휴젤과 대웅제약과는 달리 메디톡스는 미국 시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FDA가 최근 메디톡스의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의 BLA를 거절했다. 거절 이유는 MT10109L과 관련한 특정 검증 시험 보고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2월 FDA에 중등증 및 중증 미간주름과 눈가주름(외안각주름) 개선을 적응증으로 하는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의 BLA를 접수한바 있다. 액상형 톡신 제제는 메디톡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현재까지 미국에 시판된 톡신 제제 중 액상형 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FDA가 품목허가 심사를 거절하면서 일부 사업에 제동은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추후 협의 과정에서 신청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강성기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