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배관 길어져 효율↓...비추"
창문형 설치했더니 "바로 항의 전화"
'방방냉방(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복도형 아파트 작은 방의 냉방이 논란이다. 냉방 방법이 마땅찮기 떄문이다.
구축에 흔한 복도식 구조는 작은방의 창문이 공용복도에 면한다. 에어컨은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밖으로 내뿜어야 하는데 창문이 공용복도에 있다보니 실외기를 설치할 장소가 마땅찮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에어컨 제조사에서는 복도쪽 작은방의 에어컨 설치를 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방의 에어컨에서 나온 배관을 벽 모서리에 맞춰 실외기까지 연결하면 배관이 너무 길어지고 냉방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LG전자 고객센터는 "실외기와 실내기의 거리가 너무 멀면 냉방 효율이 떨어진다. 고객이 '냉방이 안 된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 설치기사라면 설치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스토어 관계자도 "실외기까지의 배관이 너무 멀어지면 원칙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설치를 강행한다면 무료 A/S 기간이라도 유상 A/S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LG전자 고객센터는 "혹시라도 사용 중 A/S를 신청한다면 수리 기사가 현장에서 '설치 환경이 안 맞다'는 코드를 입력할 것이다. 설치 환경은 무상으로 수리가 불가능할 수 있는 조건이다"고 말했다.
방방냉방 트렌드를 타고 인기몰이를 한 창문형 에어컨도 답이 될 수 없다.
창문형 에어컨을 복도식 아파트 작은방에 설치했다는 A씨는 "같은 층 주민들이 모두 공유하는 복도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바로 관리실에서 전화가 와서 이웃 항의가 너무 많다고 했다. 결국 하루만에 중고로 되팔았다"고 말했다.
수냉식 에어컨을 설치할 수도 있지만, 방과 복도 사이에 타공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하다. 수냉식 에어컨은 열기를 실외기가 아닌 물로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설치 방식은 정수기를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싱크대 아래의 수도관에서 물 호스를 꺼내온 다음 싱크대와 작은방 사이 벽에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방식이다.
일반 에어컨을 작은방에 설치해 준다는 사설 업체도 있지만 비용이 상당하다.
A씨는 "어려운 환경에 에어컨 설치를 해 준다는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보니 15평 아파트인데 300만원 가까운 금액을 부르더라"고 말했다.
A씨는 결국 작은방 에어컨 설치를 포기했다.
그는 "계단식 아파트로 이사가든지, 훗날 집을 매매해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