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비이자이익 부담 과중된다
알뜰폰, ELB 판매 등으로 위기 돌파할까
지난해 68% 수준으로 비이자이익을 늘렸던 시중은행이 올해는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주요 시중은행에서 관련 상품 판매가 중단된 데 이어 최근 삼성화재가 은행에서 방카슈랑스를 철수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 관련 상품에 제동이 걸리면서 비이자이익 확대에 예년보다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은행의 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나뉜다. 비이자이익에는 신용카드 신탁∙방카슈랑스∙외환 등 수수료와 주식·채권·부동산 등의 투자로 얻어 낸 수익 등이 포함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총 5조8000억원으로 전년(3조5000억원) 대비 68%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시중은행의 비이자이익 창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손해보험사 1위인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사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흥국∙메리츠화재에 이어 세 번째 철수다. 주요 손해보험사가 줄줄이 방카슈랑스 사업에 손을 떼면서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가 추가 이탈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방카슈랑스란 은행과 보험사가 제휴를 통해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형태를 말한다. 해당 제도를 통해 보험사는 은행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고 은행은 보험 판매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03년 도입돼 소비자가 은행에서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사업을 중단한 데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이 영향을 미쳤다. 기존 회계제도에서는 손해보험사가 저축성 보험을 매출로 인정했으나 IFRS17은 이를 부채로 계산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판매할수록 회계상 불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는 게 유리하지만 방카슈랑스로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손해보험사는 판매량도 적은 데다 회계상으로도 불리한 방카슈랑스를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 됐다.
시중은행은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고자 은행의 부수∙겸영 업무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ELS 판매 중지에 대한 대안으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활용 중이다. ELB의 경우 ELS에 비해 수익성은 낮지만 원금 보장형이기 때문에 위험이 적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투자 니즈에 부응하고자 ELB 외에도 국채, 회사채, 조건부자본증권 등 고객의 다양한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을 강화 중이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은 비금융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KB국민은행이 신고한 이동 통신 서비스 ‘KB Liive M’(KB리브모바일)을 은행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했다. 알뜰폰 사업이 은행 공식 부수 업무가 되면서 다른 은행들도 별도의 신고 없이 요건만 갖추면 사업이 가능해졌다.
금융위원회도 은행 비이자이익 다각화를 격려하고 있다. 지난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대 시중 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 광주 은행장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은행의 부수∙겸영 업무 확대를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금융권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부수·겸영 업무 규제 개선 등 금융제도 개혁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