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에 약 438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중재기구 판정이 나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사건에 대해 2회 연속 해외 투자자 손을 들어주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올해 초 국내 법원은 이재용 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허위 합병 목적 공표 관련 소송이기 때문에 국제중재기구 소송과는 사안이 달라 재판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 메이슨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2018년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 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재판정이 11일 선고됐다고 밝혔다. 

메이슨은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결과, 삼성물산 및 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으로 약 2억 달러(약 2737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8년 9월 PCA에 중재를 신청했다.

PCA 중재판정부는 관할 유무와 협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메이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3203만876 달러(약 438억 원)와 2015년 7월 17일부터 연 5% 상당의 지연이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지연이자(복리)의 경우 지연기간을 9년으로 계산해도 200억원 이상이 된다.

메이슨이 청구한 금액 중 약 16%가 인용됐다. 

메이슨은 "국민연금이 당시 박근혜 정부의 압박을 받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한국 정부의 일부가 아닌 독립 기구이기 때문에 합병 안건에 관한 의결권 행사에 국가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메이슨 측의 주장에 일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법원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즉시 항소해 2심을 앞두고 있다. 

다만 국내 재판은 국제 중재와 쟁점이 달라 이번 메이슨 판정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은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승계가 아니라 합병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병하겠다는 허위 합병 목적을 공표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재용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웠다고 주장한다. 

반면 1심 재판부는 경영권 안정화는 주주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어 합병 목적을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부는 "정부는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 대리 로펌 및 전문가들과 함께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하겠다"고 취소소송 대응 방침을 전했다.

한편, 미국계 해지펀드 앨리엇(Elliott Associates, L.P.)이 삼성물산에 '267억2200여만원 규모의 약정금'을 달라는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 심리로 12일 열린 변론기일에서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줘야 할 지연이자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측은 "의무를 다했다"고 맞섰다.

앞서 PCA 중재재판소는 지난해 6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같은 취지로 9900억 원을 요구한 사안에서도 6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한국 법무부는 취소소송을 냈다.

이 소송과 별개로 삼성물산 주주들은 '부당 합병'을 문제삼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29일 첫 변론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용 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 2심 결과를 보고 진행하겠다며 기일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