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사정에 골머리 앓던 진 디렉터...역량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 찾았다
네오위즈가 확고한 매니아층을 거느린 진승호 디렉터를 품에 안았다. 이번 영입을 통해 커다란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네오위즈에 합류한 진 디렉터는 ‘P의 거짓’을 제작한 라운드8 스튜디오에서 심도 깊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IP를 발굴하고, PC 및 콘솔 플랫폼 중심의 신작 개발을 담당한다.
박성준 라운드8 스튜디오장은 “이번 영입을 통해 게임 개발력과 시나리오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진승호 디렉터와 ‘P의 거짓’을 탄생시킨 라운드8 스튜디오 간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새로운 IP를 활용한 신작 개발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제이맥스’ 시리즈를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콘솔 게임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던 네오위즈는 작년 ‘P의 거짓’을 통해 그 역량을 증명했다. 해당 게임은 출시 한 달만에 1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6관왕을 수상하고, ‘2023 앱스토어 어워드’에서 ‘올해의 맥(Mac) 게임’에 선정됐다. 또한 해외 소재의 유명 웹진인 IGN이 ‘올해의 소울라이크’로 ‘P의 거짓’을 뽑기도 했다.
이외에도 네오위즈의 대표 리듬 게임 ‘디제이 맥스 리스펙트 V’를 비롯해 네오위즈에서 퍼블리싱을 담당한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작년 네오위즈는 작년 한 해 동안 PC 및 콘솔 게임을 통해 약 1707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게임 전체 매출 중 4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콘솔 게임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 네오위즈는 동 플랫폼 게임 제작 역량 강황에 열중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라운드8 스튜디오를 필두로 ‘P의 거짓’의 DLC 및 차기작을 제작 중이다. 작년 11월에는 폴란드 소재의 게임 개발사인 ‘블랭크 게임 스튜디오’에 224억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며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해당 스튜디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생존 어드벤처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제작 역량을 검증 받은 진 디렉터의 영입은 분명한 호재다.
진 디렉터는 과거 EA 모바일 코리아에서 피처폰 게임인 ‘검은 방’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검은 방’ 시리즈는 방탈출 게임과 추리 게임의 요소가 잘 배합된 게임성과 몰입감 있는 스토리로 유저들에게 호평 받았다. 이후에는 네시삼십삼분에서 ‘회색도시 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으며 지지층을 형성했다.
특히 진 디렉터가 라인게임즈에서 재직할 당시 제작한 ‘베리드 스타즈’는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기술창작상 및 우수상을 수상하고, 'MWU(Made with Unity) 코리아 어워즈 2021'에서도 베스트 PC·콘솔상을 수상하는 등 게임성을 인정 받았다.
최근 들어 쉽게 찾아보기 힘든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 제작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진 디렉터의 역량이 십분 발휘 된다면, 네오위즈가 보다 넓은 층의 유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 디렉터도 콘솔 게임 시장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네오위즈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검은 방 4’와 ‘회색도시 2’는 회사의 무리한 과금 정책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은 방4’의 서비스를 담당한 EA 모바일 코리아는 해당 게임의 트루 엔딩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를 DLC로 별도 발매하며 유저들의 빈축을 샀다. 네시삼십삼분 역시 ‘회색도시 2’를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를 분할 판매하며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두 게임 모두 콘텐츠 구매에 있어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몰입도가 중요한 텍스트 기반 게임과 궁합이 좋지 않은 과금 모델을 선정된 탓에 게임의 잠재력이 꺾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후 라인게임즈로 적을 옮긴 진 디렉터는 ‘베리드 스타즈’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프로젝트 하우스홀드’를 개발하며 해당 회사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기대 받았다.
다만 라인게임즈의 내부 사정이 발목을 잡았다. 2017년부터 적자에 시달린 라인게임즈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오픈월드 TPS 게임인 ‘퀀텀 나이츠’의 개발이 중단됐으며,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의 개발을 주도한 레그스튜디오도 해체됐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하우스홀드’를 만들고 있던 라르고 스튜디오도 공중분해되며 진 디렉터도 회사를 나오게 됐다.
여기서 팬들의 기대를 모은 ‘프로젝트 하우스홀드’는 최종적으로 백지화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판권이 라인게임즈 측에 있기 때문이다. 진 디렉터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컨셉부터 쌓아가야 할 신작을 개발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