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공략해 통장 개설 유도하며 잘파세대에게 접근
하지만 잦은 오류, 복잡한 절차로 플랫폼 경쟁력은 '아쉽'
주요 시중은행들이 미성년자 대상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며 미래 고객 확보 경쟁에 가세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들이 높은 접근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 고객들을 무섭게 끌어모으고 있는 터라 어린이·청소년 핀테크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성년자 및 사회초년생 고객 확보가 당장의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미래 '주거래·충성 고객'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은행들은 부모를 공략해 자녀들의 용돈 관리 앱 설치 및 통장 개설을 유도하며 잘파세대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4대 시중은행 고객층에서 50, 60대 이상은 늘어난 반면 10~30대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고객층 중 20대 비중이 2018년 15.1%에서 지난달 말 13%로 2.1%p 감소하며 하락폭이 가장 컸다. 30대 비중도 20.4%에서 18.4%로 2.0%p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10대는 6.5%에서 5.1%로 1.5%p 감소했다.
인구구조 변화도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들이 모바일 기반·특화 플랫폼이라는 이점을 살려 빠르게 젊은층을 끌어모으면서 시중은행 고객에서는 고령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mini(미니)'는 만 7세부터 가입이 가능하고 온·오프라인 결제 수단을 제공하며, 일상생활 속 도움이 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토스는 청소년 고객 전담인 '틴즈 사일로' 조직을 통해 어린이·청소년 전용 '유스카드(USS card)' 등 금융상품뿐 아니라 '해냄 저금통' 급표, 시간표, '머니 스터디 카페' 등 특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외에도 아이쿠카, 레몬트리(퍼핀), 부지런컴퍼니 등도 어린이용 핀테크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이 최근 몇년간 잘파세대 대상 서비스 영역 확대에 힘 쓰고 있지만,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모양새이다.
하나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 중 가장 먼저 잘파세대를 위한 서비스를 내놨다.
'아이부자'는 하나은행이 지난 2021년 6월 초등·중학생을 위해 출시한 체험형 금융 플랫폼으로, 계좌 개설 없이 앱만 설치해도 보호자와 자녀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인 초·중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과 용어, 메뉴가 구성돼 자녀가 간편하고 손쉽게 용돈을 관리하며 올바른 금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미션하기' 기능을 이용해 특정 행동 수행 시 추가 용돈을 요청하는 등 '재미'라는 요소를 더했다.
아울러 보호자는 앱을 통해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날짜와 금액을 정할 수 있고, 앱 연동을 통해 자녀의 사용 내역과 잔고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은행 아이부자는 큰 인기를 끌며, 현재 120만 고객을 돌파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이부자는 연령 제한 없이 모든 미성년자가 금융 체험을 통해 올바른 금융 습관을 형성함으로써 미래 경제 주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체험형 금융 교육 플랫폼으로, 초등학생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도 청소년 금융거래 관련 서비스를 줄줄이 출시했다.
2021년 말 KB국민은행이 출시한 청소년 금융 플랫폼인 '리브 넥스트'도 꾸준히 가입자가 확대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3월 태아부터 청소년까지 미성년 전용 서비스 ‘리틀 신한 케어’ 플랫폼을 선보였고, 우리은행은 6월부터 만 14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 전용 선불 서비스 '우리틴틴'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주요 시중은행들이 미래 고객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앱 내 오류 발생이 잦거나 충전 계좌 등록 등 절차가 불편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에 비해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수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