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창 금호건설, 정대현 삼표그룹, 홍정국 BGF리테일 등 부회장 잇단 승진
- SK그룹에선 '오너 3세' 최윤정 임원 승진...롯데그룹, 신유열 전무로 승진
최근 1980년대생 오너 일가 3·4세가 각 그룹 부회장 승진 등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반면 샐러리맨 출신 부회장들은 잇달아 물러나면서 각 그룹마다 부회장단 규모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올해 연말 인사의 특징은 삼성은 안정 속 변화, LG는 오너체제 강화, SK는 쇄신 속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이 내년도 CEO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가운데 1980년대생 30·40대 나이의 오너 3·4세 승진에 따른 '세대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34)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지난 7일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 SK그룹 최연소 임원이 됐다.
최윤정 본부장은 신약 연구개발과 승인 등 바이오 사업 핵심 업무를 책임지게 됐다. 1989년생이며 미국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 등을 거쳤다.
또 지난 6일 신유열(38) 롯데케미칼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신유열 전무는 1986년생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3세다. 롯데 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서, 유통·화학 등 주요 사업군을 신사업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유통군에 진출하기 전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다.
HD현대그룹은 정기선(41) HD현대 사장을 지난달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3세' 시대의 막을 올렸다.
정기선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 사장 자리에 오른 지 약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조선사업은 물론 정유·건설기계·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수소·AI(인공지능)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CES 2024'에서 월마트·나스닥·지멘스 등 글로벌 CEO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정기선 부회장과 절친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승진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1980년생이며 '경영 3세'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한화그룹의 방산·화학·신재생에너지 부문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올해 한화오션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방산 분야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또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34) 한화갤러리아 전무는 '세계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 도입 등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코오롱그룹도 최근 '경영 4세'인 이규호(39)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1984년생인 이규호 부회장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코오롱 오너 4세'다. 이규호 부회장은 그간 코오롱그룹의 자동차유통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역할을 맡았다. 올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성공적으로 출범했고, 모빌리티 서비스를 아우르는 '702'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오너 3세 박세창(48) 금호건설 사장도 지난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외에도,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 등 오너가 3~4세가 30~40대 나이로 부회장에 올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1980년생 부회장 타이틀은 오너에서 흔한 일이기에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경영에 뜻이 있다면 경영수업을 받아야 한다. 다만 경영능력은 검증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계 8위인 GS그룹은 오너 4세가 대거 승진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허윤홍(44) 사장이 GS건설 대표에 올랐고, 허철홍(44) GS엠비즈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주홍(40) GS칼텍스 기초화학 부문장과 허치홍(40) GS리테일 본부장도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OCI그룹 오너 3세 이우일 부사장은 화학계열 유니드 사장으로 승진했고, 삼양홀딩스의 김건호(40) 사장 등 1980년대생 오너가의 승진은 이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1990년생) 경영리더는 CJ그룹 중책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고 있다.
젊은 오너 친정체제 강화에 60년대 부회장단 대거 퇴진 이어져
반면 나이 60세 안팎의 부회장단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7일 인사에서 '그룹 2인자'인 조대식(63)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60)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이 대거 퇴진했다. 조대신 의장 후임으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맡았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 섰다.
LG그룹은 지난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에 이어, 올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했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6명이던 부회장이 2명으로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한 때 부회장만 14명이었는데 2021년 말 윤여철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사실상 부회장단이 해체됐다. 오너가 4세가 경영 일선에 나서며 승계 수업을 본격화한 곳도 있다.
한편, 5세 경영수업도 시작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상수씨는 지난 9월 (주)두산 지주 부문 'CSO 신사업전략팀'에 수석부장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예고했다. 박상수 수석의 두산 계열사 입사는 두산 오너일가 중에서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장남 박상우씨에 이어 두 번째다.
4대 그룹 출신 한 경영전문가는 "젊은 총수들이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1960년대생 샐러리맨 출신 부회장 시대가 저물었다"며 "앞으로 젊은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 젊은 임원이 대거 등장하면서 '젊은 피'가 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