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만기 기준 손실 영향권 물량 약 4.9조원 달해
금융당국, ELS 판매한 은행·증권사 대상 전수조사 돌입
이복현 금감원장 "적합성 원칙 지켜졌는지 의문"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중단했다. 5대 은행이 모두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중단하게 됐지만, 당장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 중 손실영향권에 있는 물량이 무려 4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H지수를 제외한 다른 지수들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고,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홍콩H지수가 편입된 상품만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역시 오는 4일부터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중단한다. 하나은행은 “예상치 못한 H지수 하락 지속은 역사적인 저점을 형성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상존하고 있고, 기존에 판매한 H지수 편입 ELT, ELF에 대한 만기 손실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홍콩H지수가 편입된 ELT를 판매하지 않고 있고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0월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이로써 5대 시중은행 모두 홍콩H지수가 편입된 ELS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판매 중단 결정이 당장 내년 상반기에 도래하는 손실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 판매 잔액은 현재 약 20조5000억원 가량이고 그중 16조1973억원이 은행을 통해 팔렸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그 절반 가량인데, 손실영향권에 진입한 물량만 해도 60%인 약 4조9000억원에 이른다.
한편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며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