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 강화해 양적 성장 의지 내비쳐
2027년까지 기업대출 잔액 207조 달성해 1위 천명
글로벌 부문 순이익도 전체 당기순이익의 25%까지 늘릴 계획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중동, 폴란드 등 전방위로 사업 범위 확장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최근 우리은행의 영업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타 은행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28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조 3735억원을 시현한 것과 비교해 3.5%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실적부진을 겪은 우리은행은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 면에서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중 4위에 머물렀다.
내부에서 느껴지는 위기의식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현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다른 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대 후퇴하지 않는 의지를 바탕으로 영업에 집중해 하반기에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행장이 꼽은 향후 성장의 두 축은 기업과 해외 영업이다. 조 행장은 "BIZ프라임센터, TWO CHAIRS W, 글로벌투자WON센터, 동남아성장사업부 등 영업 특화조직이 우리은행의 새로운 시작의 최선봉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기업 영업 강화
실제로 우리은행은 기업대출을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월 말 132조 4596억원에서 9월 말 139조 805억원으로 5% 증가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의 장기적인 기업영업 목표를 세우며 성장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지난 9월 7일 우리은행은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를 열고 “현재 5대5인 기업과 가계대출 비율을 2026년 말까지 6대4로 재편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26년 말 기업대출 잔액을 207조4000억원, 가계대출 잔액은 138조3000억원으로 늘려 60 대 40 비율로 재편할 계획이다. 매년 대기업 부문은 30%, 중소기업 부문은 10%씩 대출 잔액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기업 여신 성장의 중추는 BIZ프라임센터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7월21일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특화채널인 '반월·시화 비즈프라임센터'를 세운 바 있다.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반월·시화 비즈프라임센터는 단지 내 기업을 방문해 투·융자를 통한 자금을 지원하며 가업승계나 경영 전반에 걸친 기업컨설팅도 제공한다.
성공적인 정착에 힘입어 우리은행은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와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에도 지난 10월 24일 비즈프라임센터를 설립했다.
우리은행은 비즈프라임센터 이외에도 신성장기업 발굴 전담 조직인 신성장1·2기업영업본부를 중소기업 특화 채널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채널은 기업금융 전문인력이 집중 배치돼 투·융자를 통한 자금지원은 물론 기업컨설팅, 자산관리까지 원스톱(One-stop)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부문 역시 또다른 성장동력
한편 또다른 미래 성장의 먹거리로 해외를 꼽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25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회'를 열고 "글로벌 수익비중이 전체 당기순이익 중 25%를 달성하는 게 중장기 목표"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동남아 3대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글로벌 부문에서 순항하고 있다. 우리은행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402억원으로 집계돼 5대 은행 중 2위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1277억원을 기록했던 것보다 125억원 이상 더 번 셈이다.
우리은행의 순항을 이끈 건 인도네시아 내 해외법인이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34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작년 237억원에 비해 무려 108억원(45.6%p)을 더 번 수치다. 같은 기간 베트남우리은행은 304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보다 65억원(27.3%p) 성장했다.
우리은행은 2014년 소다라 은행 인수 후 우리소다라은행으로 재탄생시켰다. 리뉴얼 이후 순이익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법인 고객과 소다라은행의 리테일 고객이 합쳐지면서 알짜배기 자산 포트폴리오가 구축됐다. 베트남우리은행도 우리소다라은행 모델을 따르며 리테일 비중을 늘리고 있다.
순항하고 있는 글로벌 부문을 더욱 질적·양적으로 성장시켜 그룹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에 내년 상반기 중 5억 달러를 증자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각각 2억 달러, 캄보디아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
한편 윤석모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은 "폴란드와 중동 역시 또 다른 차기 동력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폴란드 카토비체에 개설된 폴란드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해 국내 방산기업의 무기 수출을 지원한다. 지점으로 승격되면 폴란드로부터 신용등급과 여신한도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 한국 기업들에 원활한 금융지원을 할 수 있게된다.
우리은행은 바레인과 두바이 등 중동에 있는 지점 역시 집중투자해 '중동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네옴시티 특수를 노리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바레인과 두바인 2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바레인 지점은 네옴시티와 직접 관련이 있는 대규모 신디케이트론 등 인프라금융에 집중할 예정이다. 두바이지점은 기존 투자은행 중심으로 업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윤 그룹장은 "우리은행 글로벌 부문이 현재와 같은 자체 성장을 통해 글로벌 수익 비중을 단기적으로 17~18%로 늘리고, 추후 수익의 25%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