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부회장 장남 박상우, ㈜두산 자회사 하이엑시엄에 파트장 입사
두산그룹이 재계에서 가장 빠른 '5세 경영'에 나섰다.
두산그룹은 1896년 박승직 창업주가 창립한 이래 2세 박두병 초대회장, 3세 박용곤 회장 그리고 현대 4세 박정원 회장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4대 그룹 고위급 관계자는 "현재 재계의 4세 경영은 두산그룹과 LG그룹이 쌍두마차에 해당한다"며 "두산그룹은 주로 장자 중심 집단경영을 이어갔으나 5세 경영 시대는 총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 두산그룹 안팎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장남인 박상수 수석은 지난 9월 ㈜두산 지주부문 CSO(Chief Strategy Officer, 최고전략책임자) 신사업전략팀에 입사하며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
박상수 수석은 1994년생(29세)이며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20년부터 올 초까지 한국투자증권 반도체부문에서 근무했다. CSO 신사업전략팀에서는 두산그룹 전반의 사업 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등 업무를 맡는다.
박상수 수석이 현재 보유한 (주)두산 주식은 13만2380주, 지분율 0.8%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장남인 박상우 파트장도 작년(2022년)부터 ㈜두산의 수소 분야 자회사 하이엑시엄(옛 두산퓨얼셀 아메리카)에서 사업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하이엑시엄은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다.
박상우 파트장 역시 1994년생(29세)이다.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8년부터 2022년 초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다.
두산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오래됐으며 자손이 많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오너 일가라고 해도 경영 성과를 못내면 승진은 커녕 자리 유지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자 승계 원칙과 장자를 중심으로 형제 사촌이 모여 그룹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집단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2005년 '형제의 난' 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경영에 참여해 능력을 증명하기 전까지는 모든 자손들에게 일정한 비율로 계열사 주식을 갖도록 했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 가족회사 (주)원상 설립...5세 경영에 따른 경영권 분쟁 등 차단 차원
한편, 두산그룹 최대주주 일가는 작년 2월 '5세 경영'에 따른 가족회사 ㈜원상을 설립했다.
회사 이름 '원상'은 두산가 4세의 돌림자 '원'과 5세 돌림자인 '상'에서 따왔다. 대표이사는 박진원 부회장이 맡고 있다.
원상은 창업 1·2세대인 박승직 창업주,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 등의 묘가 있는 경기도 광주 선산을 관리하기 위한 회사다.
원상은 박정원 두산 회장,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 박태원 한컴 부회장으로부터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일대 토지 2만5661㎡(약 7760평)를 약 55억원에 매입했다.
원상 지분은 4세 중 맏형인 박정원 회장이 18.75%를 보유해 최대 주주다. 이어 박진원 부회장 17.19%, 박석원 두산 디지털이노베이션 사장 14.06%, 박태원 부회장 12.5%, 박지원 부회장 12.5% 순이다. 또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사장과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사장도 각각 9.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은 6.25%를 갖고 있다.
한 경영 전문가는 "두산그룹 오너 가문은 역사도 길고 자손이 많다"며 "따라서 주식회사 원산 설립은 선산과 두산그룹 경영권 등을 놓고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