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41) LG 회장, 조원태(44) 한진 회장, 박정원(57) 두산 회장이 각각 '총수’로 지정됐다.
한화는 GS를 제치고 재계 순위 7위에 올랐고 카카오ㆍ애경은 각각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자산 5조원 이상 59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지난해 60개), 자산 10조원 이상 34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지난해 32개)으로 각각 지정해 발표했다.
공시대상 집단은 공정거래법상 공시 의무를 지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다.
상호출자제한 집단은 공시대상 집단 규제에 더해 순환출자ㆍ채무보증ㆍ상호출자 금지 등 규제를 받는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 리스트는 시장지배력 남용,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 규제의 ‘기준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집단은 매년 5월 1일 발표했지만 올해는 한진그룹 총수 지정 문제 등으로 두번이나 발표가 연기됐다.
조원태 한진 회장 일가가 “총수 지정과 관련한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탓에 발표가 보름이나 늦춰진 것.
한진그룹 측은 결국 지난 13일 공정위에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상속과 관련한 내부 갈등을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했다.
공정위 발표에서 세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첫번째로, 구광모 LG 회장 등 ‘새내기 총수’가 공식 데뷔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同一人)은 대기업 집단을 규정하고 시장지배력 남용,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를 받는 기준이다.
동일인을 기준으로 친족ㆍ비영리법인ㆍ계열사ㆍ임원 등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결정한다. 기업집단 소속회사 범위도 동일인 범위를 기준으로 확정한다.
공정위가 처음 동일인으로 지정한 기업인은 구광모 LG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 3명으로 40~50대 나이의 젊은 총수다.
국내 최장수기업 두산그룹의 4세 경영 시대를 연 박정원 두산 회장에 이어 구광모 LG 회장도 4세 경영인이다. 조원태 한진 회장은 ‘가족 갈등’ 논란 끝에 총수로 지정된 3세 경영인이다.
3인 모두 지난해와 올해 초 아버지가 사망한 뒤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 중요하다. 작년 5월 구본무 회장의 별세에 따라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재계 4위 LG의 총수에 올랐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경영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이후 어느정도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그룹 전체적으로 실적 부진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다.
조원태 회장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조현아(45)ㆍ조현민(36) 남매와 어머니인 이명희(70) 일우재단 전 이사장의 '갑질'로 그룹 경영에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그룹 이미지 추악에 따른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과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드러났듯 취약한 경영권 기반을 다지는 일이 숙제다.
한진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에 있어 삼남매가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상속세를 비롯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의선(49)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ㆍ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작년 말 파격적인 인사를 발표한 데 이어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는 등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공정위 지정에서 현대차는 아버지인 정몽구(81) 회장이 총수 지위를 지켰다.
두번째로 한화그룹이 재계 순위 7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고 있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톱 10’ 중 한화는 GS를 8위로 밀어냈다. 한화는 지난해보다 자산이 늘었다.
따라서 한화(65조6000억원)와 GS(62조9000억원)의 순위가 손바뀜했다.
한화의 순위 역전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의 결과물이다.
한화는 지난 2010~2012년 잇달아 중국ㆍ독일 태양광 업체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2015년엔 삼성그룹 화학ㆍ방산 계열사를 인수하는 ‘빅딜’에 성공했다. 최근엔 롯데카드 인수전에도 뛰어들면서 M&A 시장 ‘큰 손’으로 떠올랐다.
현대차(2위)-SK(3위) 그룹 재계 순위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두 그룹 간 자산 격차는 지난해 33조2000억원→올해 5조5000억원으로 크게 좁혀졌다.
세번째, 카카오ㆍ애경그룹이 새로 진입했다.
공시대상 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곳은 애경ㆍ다우키움이다. 상호출자제한 집단에 신규 지정된 곳은 카카오ㆍHDC(옛 현대산업개발)이다.
애경은 애경산업 등 계열사 상장과 마포 신사옥 준공에 따라 자산이 불어난 영향을 받았다. 화학ㆍ항공ㆍ화장품 등 계열사 실적이 뛰면서 ‘제2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다우키움은 계열사로 키움증권ㆍ다우기술 등을 보유한 사모투자 전문회사(PEF)ㆍ특수목적법인(SPC)이 늘면서 덩치를 불려 공시대상 집단에 신규 진입했다.
2016년 인터넷 기업 최초로 공시대상 집단에 이름을 올린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 사업 부문에 현물을 출자하고 주식을 취득한 데 따른 자산 증가, HDC는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자산으로 편입하는 등 이유로 상호출자제한 집단으로 지정됐다.
반면 올해 공시대상 집단에서 제외된 곳은 메리츠금융(비금융사 매각 등)ㆍ한진중공업(한진중공업 지배력 상실 등)ㆍ한솔(계열사 매각에 따른 자산 감소) 3개다.
한솔은 이인희 한솔 고문이 올 초 사망하면서 장남인 조동길(64) 한솔 회장으로 동일인이 바뀌었지만 이번에 공시대상 집단에서 제외됐다.
김성삼 국장은 “대기업집단 내에서도 상위 5곳이 전체 자산의 54%, 당기순이익의 72%를 차지하는 등 ‘양극화’가 심하다”며 “대기업집단 관련 정보를 지속해서 분석ㆍ공개해 시장에 의한 자율감시 기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