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상품 등장에 요구불예금 잔액 증가
작년 판매된 예금 상품 만기가 도래하면서 수신경쟁 촉발
예금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 불러올 수 있어
은행권의 수신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예금 상품 금리가 모두 4%를 돌파했다. 은행 간 고금리 경쟁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 역시 크게 늘었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겨 서민들에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정책환경, 예금금리 등 다양한 영향을 받아 지금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예금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대출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차주들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가 결국 4%를 돌파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이 날 기준 연 4~4.05%에 달했다. 지난달 초 3.7~3.85% 대비 하단부가 0.3%포인트(p) 오른 수치다.
상품 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이 최대 4.3% 금리를 제공해 가장 높았다. 뒤이어 'KB Star 정기예금(국민은행)' 4.05%, 'WON플러스 예금(우리은행)' 4.05%, 'NH올원e예금(농협은행)' 4.03%, '쏠편한 정기예금(신한은행)' 4.03%, 하나의 정기예금(하나은행) 4% 순이다.
은행들이 앞다투어 예금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약 100조원에 달하는 고금리 예금 상품 만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권은 앞다투어 5~6%까지 금리를 끌어올리며 수신 자금을 확보했다.
4%가 넘는 고금리 예금 상품이 계속 등장하자 은행에 잠자는 대기성 자금이 늘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9월 말 기준 608조 1349억원으로 나타났다. 8월보다 10조1698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요구불예금이 불어난 배경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판매된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다가오자 은행이 앞다투어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올릴 가능성이 있기에 주식 등 리스크 있는 투자를 하기 보단 예금 상품의 금리 추이를 지켜보는 대기자금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붙는 수신 경쟁이 자칫 안그래도 높은 대출금리의 상승을 더욱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17~7.12%에 달했다. 지난달 21일 기준 상단이 7.09%였는데 0.03%p 오른 것이다.
통상 예금 금리는 은행권 변동대출의 금리를 산정하는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반영된다. 대출금리는 은행채 발행, 정책환경, 예금금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근 크게 뛰는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의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수신경쟁이 대출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판매된 고금리 예금이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에 은행 입장에선 예금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하반기까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당국이 대출금리 상승을 우려해 수신경쟁 자제령을 내린 만큼 작년처럼 5%까진 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