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에 방해돼도 안전이 더 중요”
LG전자의 원격 제어 기능이 있는 세탁기를 샀는데 황당하네요. 전원이 꺼져 있는 경우 원격으로 켤 수가 없어요. 회사에 있는 동안 작동시키려 했거든요. 전혀 스마트하지 않네요.
삼성전자의 인덕션을 구매했는데 앱 연동이 의미가 없네요. 정전식 터치라 물 묻으니 잘 안 돼서 앱으로 켜려니 그것도 안 돼요. 그냥 화구 작동 상태 모니터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요.
홈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원격 조절을 꿈꿨지만 정작 원격으로 쓸 수 없는 일부 기능에 소비자의 실망감이 크다.
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특정 가전 제품에서 원격 기능이 없는 것은 ‘기술’보다 ‘안전’의 이유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 A씨는 본지에 “일부 기능의 원격 조작을 막아 놓음으로써 편의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국제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과거 가전제품의 특정 기능 때문에 생긴 안전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대표적으로 세탁기 관해서는 10여 년 전 어린아이가 갇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때문에 전원을 끄는 것은 원격으로 조정 가능해도, 전원을 켜는 것은 원격으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전기레인지(하이라이트, 인덕션 등)도 비슷한 이유로 규제 대상이다.
A씨는 “전기레인지 위에 반려동물이 올라가 화재 사고가 있었다. 때문에 원격으로 끄는 것은 가능해도 켜는 것은 안 되도록 규정에 정해져 있다”라고 말했다.
규제 내용은 세계적 기준을 따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의 국제 표준이 있다. 이에 기반해 우리나라의 제도가 운영된다”라고 말했다.
반드시 국제 표준과 우리나라의 기준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A씨는 “나라마다 특수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약 10년 전 전기밥솥의 폭발 사고가 있었다. 압력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추가됐는데, 우리나라는 전기밥솥을 많이 사용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안전장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예를 들었다.
가전 제품에도 AI와 IoT의 등장으로 변화가 많아지면서 신기술에 대해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A씨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술 발전에 의한 신기술을 허용하고 있다”며 “에어컨, 공기청정기, 전기매트 등이 그 예다. 다만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가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