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관심
현재까지 금융권 3조 6100억원어치 발행
"발행 남발하면 오히려 건전성 해칠 수 있어"
지속된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로 세계 각지의 은행에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시중은행들은 서둘러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국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이 낮아지면서 신종자본증권 등 영구채 발행에 눈을 돌리는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에서 금리 추가인상을 시사한만큼 당분간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며 "시중은행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미국의 은행 등 대출기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총 현금 자산은 8월 23일 기준 3조 2600억달러(약 4350조원)로 작년 말보다 5.4% 늘어났다.
금융기관별로 살펴보면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현금 자산 규모는 2분기 말 기준으로 3740억 달러(약 499조원)으로 집계됐다. JP모건은 현재 현금 4200억달러(약 560조원)와 우량 유동성 자산 9천900억달러(약 1320조원)를 보유한 상태다.
미국 은행이 현금을 쌓아둘 동안 국내 시중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종자본증권에 눈을 돌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와 계열사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총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3조6100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지주는 9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신한은행은 4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지주는 8000억원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각각 6000억원, 4100억원을 발행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총 5000억원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30년 이상으로 길거나 발행사의 결정으로 연장할 수 있어 통상 영구채로 불리는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발행된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의 건전성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전분기 대비 다소 하락했다.
신한은행의 경우는 1분기 말 18.30%에서 2분기 말 18.39%로 0.09%포인트(p) 총자본비율이 소폭 올랐다. 그러나 하나은행으로 0.36%p 하락한 17.78%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의 2분기 말 총자본비율은 18.67%로 0.33%p 떨어졌으며, 국민은행은 0.13%p 떨어진 18.4%, 우리은행은 0.07%p 하락한 16.26%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 비용이 감소하면서 은행권에서는 추가 발행을 통해 자본 적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10월 우리금융그룹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연 5.97%에 달했으나 7일 발행할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5.04%로 0.93%p 하락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에는 금리가 6%에 육박해 발행비용이 컸지만 지금은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도 자본 추가 확충 면에서 매력적"이라며 "투자자들도 재무가 튼튼한 은행이 발행하니 안심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을 남발하다간 오히려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 채권의 성격을 갖고 있어 재무가 조금이라도 부실한 경우 미이행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자본으로 분류돼 지표는 개선된 것처럼 보이나 발행기관의 당기순이익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남발할 게 아니라 보완적으로 발행해야 하며 은행권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