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nnoWay R&BD을 완성한 차별화된 ‘4E 혁신모델’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에서 창출한 R&D 성과
-환경과학기술원, R&D는 물론 신사업 개발까지 가능해
“지금의 SK이노베이션은 연구개발에 대한 강력한 투자, 도전, 그리고 실패를 감수하는 정신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지환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지난 28일 열린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경영’ 성과 분석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이 정유회사에서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최고 경영층의 강력한 리더십이 이끈 R&D경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SK이노는 R&D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R&D를 통해 실질적인 성장과 수익 창출을 거두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회사나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보면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닐지 몰라도 40년 간의 뚝심있는 연구개발이 SK이노를 다른 통상적인 정유회사나 에너지회사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왔다는 설명이다.
<녹색경제신문>은 SK이노가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알려진 ‘R&D경영’에 대해 알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다.
■ SK이노베이션, R&D를 뛰어넘은 'R&BD'로 경쟁력 확보
정유회사(유공)로 출발한 SK이노는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정유회사는 국제 유가 사이클 등 외부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SK이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정유 업체 중 유일하게 종합 에너지·석유화학·바이오 기업에 이어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배경에는 SK이노만의 연구개발 방식인 ‘R&BD’가 있다. R&BD는 ‘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의 약자로, 연구개발이 사업화로 이어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델이다. 전통적인 기업의 R&D가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SK이노는 축적된 역량 기반의 Tech 플랫폼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이를 사업화하는 ‘R&BD’ 구조를 갖췄다.
기업경영전문 석학들은 SK이노가 최근에 ‘Green Portfolio Designer&Developer’를 앞세워 글로벌 그린 에너지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이면에 R&BD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R&D에 그치지 않고 R&D를 기반으로 한 혁신과 사업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 SKinnoWay R&BD을 완성한 ‘4E 혁신모델’
SK이노의 40년 R&D 경영을 분석한 교수들은 SK이노만의 독특한 R&D 경영 모델로 ‘SKinnoWay R&BD’를 도출하고, ‘4E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SK이노의 R&BD는 ‘4E 혁신 모델’ 각각의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어 시너지를 창출한 성공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4E 혁신 모델은 Entrepreneurship(경영철학과 도전), Exploitation(기존사업 경쟁력 강화), Exploration(미래형 신사업개발), 그리고 Expertise (기술역량)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교수들은 이 중 SK이노의 Exploitation(기존사업 경쟁력 강화)과 Exploration(미래형 신사업 개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는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미래형 신사업 개발'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탐색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SK이노는 각각의 요소들이 균형을 이뤄나가는 데 집중했고, 덕분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는다.
구체적으로 SK이노의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SK이노는 휘발유, 경유, 윤활유, 기초화학 제품, 폴리머 등 전 제품의 품질 향상을 달성했다. 또한 ‘Operational Excellence’ 추구해 공정 운영을 개선하고 최적화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래형 신사업 개발’의 경우 신규 사업 기반 기술을 통한 대규모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성과를 냈다. 윤활기유는 그룹 3 고급 윤활기유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SK엔무브를 분사했다.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FDA 승인과 더불어 바이오팜의 성공적인 IPO도 이뤄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넥슬렌은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한 차세대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독자 개발하기도 했다.
교수들은 이러한 SK이노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술역량을 축적하고 신규 사업을 확대할 기반을 구축한 후, 각 사업별 독립경영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R&D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리더십
교수들은 많은 기업들이 R&D에 과감하고 꾸준하게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이를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어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재무구조가 흔들리고, 투자할 비용이 없는데 R&D에 투자하는 것은 소위 ‘대단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SK이노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R&D를 이끌어갔기 때문에 R&BD 경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외부적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업을 이끌어가면서도 R&D 투자에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오늘날 글로벌 톱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故최종현 선대회장이 유공인수 직후 R&D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데 이어 기술개발연구소를 설립한 것을 예로 제시했다.
선대회장은 유공인수 후 “3년 내에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반납하겠다”라고 선언하고 자원 안보와 기술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유공인수 직후 울산 공장 첫 방문시 “구성원 복지 시설, 신규 설비, R&D 등 세 가지가 없다”라고 지적하고 현장에서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최태원 회장 또한 ‘R&D는 미래의 희망이며, 기술도약 없이는 사업의 도약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R&D를 통해 ‘석유에너지에서는 못했지만, 그린 에너지에서는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면서 R&D경영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교수들은 장기간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이 대를 이어서 일관성 있게 진행된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선대회장 때 시작된 배터리 사업(1983년), 바이오 사업(1989년)을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해 현재 SK그룹의 핵심 미래사업인 BBC(배터리, 바이오, Chip-반도체)를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 SK이노베이션 R&D의 중심, 환경과학기술원
지난 2021년 환경과학기술원이 출범했다. 해당 연구소의 산하조직으로는 환경기술연구센터, I/E 소재연구센터,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 Platform기술센터&분석솔루션센터, GREEN전환기술센터, 기술전략그룹이 있다.
이 중 Platform기술센터&분석솔루션센터는 ‘CoE(Center of Excellece)’ 기능을 한다. 즉, 여러 산업에 공통 적용 가능한 기반 기술을 집중화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기술전략그룹은 전사포트폴리오 부문으로 신규 사업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연구원에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찾고, 신규 사업을 개발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정유/화학, Green Products(경량화 소재, 친환경 Package, Premium Asphalt 등), I/E 소재(Battery 분리막, Display 소재), Recycle(폐Plastic/Battery/Lubricant, Water Reuse 등), Battery 소재(도전재, 전해액 등), Electrification(수소/암모니아, CCUS, Gasification 등) 등으로 다양하다.
석학들은 환경과학기술원이 한때 전형적인 정유회사였던 SK이노의 통합 R&D 기능을 중점적으로 수행해 미래지향적 친환경 신사업 개발에 주력하는 중간지주회사로의 성공적인 전환(Transformation)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오랜시간 축적한 기반기술 역량과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 R&D로 ‘올 타임 넷제로’ 만드는 그린 에너지 글로벌 리더 성장할 것” 강조했다.
아울러 SK이노는 R&D 강화를 위해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 조성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월 부천대상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13만 7000㎡ 부지에 R&D 캠퍼스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 체결했다. 약 1조원 이상 투입해 2027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는 SK이노 등 SK그룹의 친환경 기술 R&D인력 3000여명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측은 주요 그룹 가운데 그린 비즈니스 신기술 개발을 전담할 R&D 인프라 조성에 나선 첫 사례라고 알렸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에 위치한 R&D 캠퍼스로 우수 인력 확보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