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파적 발언에 시장 변동성 커져
다만 물가하락 등 이전과 상황 달라
현지시각 25일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기조 연설에 시장 관심이 모인다. 작년 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강도 높은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증시 변동성을 키운 바 있다.
다만 최근 중국발 경제위기, 국채금리 급증 등에 이전과 같은 수위의 발언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년과 비교해 물가가 낮아지면서 실질금리 부담이 높아진 점도 이러한 전망을 지지한다.
오는 24일부터 3일간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연례 경제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이 열린다. 25일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조 연설이 예정돼 있다.
지난 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감내할 만큼 강도 높은 긴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약 9분간의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45차례 언급했다. 이 여파로 S&P500 지수는 당일 3%대 하락했다.
그의 발언대로 지난 1년간 긴축 고삐를 바짝 당기면서 상황은 이전과 달라졌다. 당시 상단 기준 2.5%이던 기준금리는 5.5%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최근 중국발 경제위기에 국채금리는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잇고 있다.
지난 21일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4.339%에 마감했다.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이를 따라 30년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인 7.4%까지 치솟았다.
금리인상, 글로벌 공급망 개선 등에 8%대이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3%까지 내리는 등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종합 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는 1분기 4.1%에서 2분기 2.2%로 절반가량 낮아졌다.
다만 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이를 반영한 실질금리 부담은 반대로 높아지고 있다. 이달 실질금리는 2009년 이후 2%대에 첫 진입했다. 최근 반등하던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달 공급관리연구소(ISM)이 발표하는 미국 제조업지수는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9개월 연속 50%를 밑도는 크기를 유지했다.
현대차증권 오창섭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둔화 압력은 채권금리 측면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실질 연방금리의 경우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대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미국 제조업 경기둔화 압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배경에 오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해 긴축 강도를 키운 글로벌 경기가 일시적인 반등 후 다시 하강국면에 진입하는 ‘더블딥(double-dip)’ 시나리오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전과 달리 상황이 복잡해진 만큼 파월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 물가, 실업률 등 경제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최근 물가와 경기가 균형을 이루는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진단을 따라 파월 의장이 장기간 고금리 기조를 천명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미 전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지난 3월 한 컨퍼런스에서 “중립금리는 연 1.5~2.0%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6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회의록에서 미 연준은 “위원 대부분이 통화 정책의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상승 위험이 계속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가 기존 추정보다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제시할 듯하다”며 “결국 금리 인하 기대는 시기상조지만 금년 잭슨홀 미팅은 추가 긴축 행보를 마무리하기 적절한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