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달이 내야 할 원리금 줄어들어
총 이자는 늘어 부담이 될수도
"조기상환을 통해 부담 경감하는 것도 방법"
시중 은행 사이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달마다 내야 할 원리금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어 최근 이용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인 이자 부담이 오히려 커지게 돼 가계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0년 만기 상품이 Sh수협은행을 시작으로 대형 은행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제는 30년이 아닌 50년이 기본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바로 Sh수협은행이다. 지난 1월 Sh수협은행은 Sh으뜸모기지론과 바다사랑대출 등 주담대 상품에 대한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
지방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그 뒤를 이어갔다. DGB대구은행은 6월 모바일 전용 상품인 'IM주택담보대출'을 선보였다. 다른 비대면 상품과는 달리 유일하게 만기가 50년인 상품이다.
NH농협은행은 7월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의 대출 한도를 50년으로 연장했다. 뒤이어 하나은행 역시 하나아파트론,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 등 주요 상품의 만기를 50년으로 늘렸다. KB국민은행은 KB주택담보대출, KB월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등의 만기를 50년까지 늘렸다. 신한은행 역시 신한주택대출 상품의 만기를 50년으로 연장했다. 우리은행은 아직 검토 중에 있다.
만기가 늘어나면 다달이 내야 할 원리금이 줄어든다. 가령 3억원을 30년에 걸쳐 금리 5%에 빌린다고 가정하면(원리금 균등 기준) 한 달에 내야 할 돈은 161만 원이다. 만약에 50년 만기 상품을 선택한다면 136만 원으로 줄어든다.
빌릴 수 있는 액수의 한도가 더 커지는 효과도 있다. 현재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게 된다. DSR은 연소득에서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현행 DSR 40% 규제에 따라 12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만기가 30년인 경우 최대 대출 한도는 3억 1000만 원이다. 하지만 만기가 50년일 땐 대출 한도가 3억 7500만 원이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Sh수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50년 만기 상품을 선택한 비중이 건수 기준으로는 86%, 잔액 기준으로는 90%에 달했다. 주담대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 대다수가 달마다 내야 할 원리금은 최대한 적게하고 대출은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대출 기간이 늘어날 수록 내야하는 총 이자는 더 늘어나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령 3억원을 30년에 걸쳐 금리 5%에 주담대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내야 할 총 대출 이자는 2억 7900만 원이다.
반면 50년 만기 상품을 이용한다면 내야 하는 총 이자는 5억 1700만 원에 달한다. 납부하는 이자가 약 2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원금보다 이자가 2억 더 높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가계 대출이 불붙듯 느는 상황에서 50년 만기 상품은 기름 역할을 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 2208억원으로 전월 (678조 2454억원) 대비 9754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7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12조 8875억원으로 전월(511조 4007억원) 대비 1조 4868억원 증가했다.
가계 부담이 더 늘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상품은 양면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끝까지 납부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고 조기 상환하는 게 요즘 추세이기에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