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어...증권사 매물 몸값 상승도 부담요인
CET1비율 12%대 유지...다만 손실흡수능력을 강화, 주주환원책 등 부담
우리금융이 2분기 지배 순익 6249억원을 기록하며 증권가의 추정치와 컨센서스를 15% 이상 크게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는 선제 충당금 적립(2630억원)과 자율조정 결정에 따른 홍콩 부동산 펀드 관련 손실 약 540억원 등에 기인했다. 다만 타 금융지주와의 차이점은 이를 상쇄할 만한 비은행, 비이자이익 부분에서의 이익 서프라이즈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2분기 실적 순위에서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앞지를 수 있었던 부분도 비은행 부분에서 기인했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만을 놓고 보면 각각 1조4720억원, 1조2469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우리은행이 2251억원 앞섰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분 강화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전체 그룹 순익 기여도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타 지주사에비해 높다.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지주의 비은행 기여도를 살펴보면, KB금융은 38%, 신한금융 36%, 농협금융 26.9%, 하나금융 9.1% 순으로 우리금융의 약 4%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KB금융의 경우 KB손해보험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252억원을 기록하는 등 비은행 수익비중 41%까지 올렸다. 비은행 기여도가 낮은 하나금융 또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보험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우에도 대손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이 지속됐던 것은 보험 손익 및 트레이딩 손익을 통해 비이자이익이 개선되며 대손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둔화 국면에서 충당금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증권, 보험 등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M&A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에도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원하는 증권사 매물이 없을뿐더러 이번 어닝 쇼크를 두고 하반기 손실흡수능력을 강화를 위한 충당금과 주주환원책 부담 등으로 인해 M&A에 있어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증권사 M&A에 대해 "중·소형 증권사 한 곳을 인수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며 "이중레버리지비율이나 CET1(보통주자본)비율의 경우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기대치보다 낮은 CET1비율이나 배당 성향을 고려해 보면 충당금과 주주들의 눈치를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