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공시 범위 확대
이자수익 감소 불가피
“지속적인 쇄신 나설 것”
건전성 악화, 이자수익 감소 등의 경영 리스크에 노출된 은행권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부실채권을 발빠르게 상각처리하는가 하면,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I(인공지능), 디지털 등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자장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지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상생금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의 여파로 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 0.29%를 기록했다. 전달과 비교해 0.04%포인트(p) 낮아진 수치이나, 1년 전 0.17%와 비교해 건전성 지표는 크게 악화된 상태다.
예대금리차 공시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이자이익 역시 감소 압박을 받는 등 정책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리경쟁을 촉진시켜 국민들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앞서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 고통이 크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기존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 만을 공시하던 은행권은 오는 28일부터 보유하고 있는 모든 대출과 예금 금리로 계산된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를 공개한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대출 금리도 공시 항목에 추가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권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모두 2조2130억원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연체율 감소를 위한 조치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회수 가능성에 따라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법 등으로 이를 관리한다.
이자수익 감소에 대응해선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16일 열린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AI와 모바일, 디지털 등이 주류가 되는 세상에서 KB는 전통 역량과 자산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자장사' 비판도 상생금융을 확대하는 식으로 이미지를 쇄신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사회공헌 지원 금액은 총 5315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상반기(4727억)와 비교해 12.4% 증가했다.
은행권은 앞서 이달 초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사태 때에도 총 6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안을 내놓는 등 조기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속적인 쇄신과 상생금융을 위해 은행권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