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걸 혼자 해선 안돼…헤드 여러명 만들어야"
- 미국·중국·EU 이어 "'제4의 경제블록' 만들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MZ세대(1981~2010년 출생한 세대), 조직문화 등 패러다임 전환 시대의 해결책으로 '멀리 CEO(최고경영자) 체제'를 제안했다.
최태원 회장은 14일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경영토크쇼'에서 '우리 기업의 미래 비전'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이날 '경영토크쇼'는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최태원 회장과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김영훈 대학내일 대표가 패널로 나와 대전환 시대를 맞은 기업 미래 대응 등에 대해 토론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헤드를 왜 꼭 한 명이 해야 하나, '멀티 헤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내가 잘할 수 있는게 있고 잘 못하는 게 있는데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AI를 잘하는 사람을 데려와 CEO를 만들고, 목적에 따라 맞는 CEO를 데려오고, 나는 그걸 데려다가 써야 하는 문제"라며 "내가 못하면 남을 끌어들여야 하는 게 중요한 방법론"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경우 CEO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C레벨 경영자들이 한 팀(C팀)이 되어 경영하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나도 회장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사장을 여럿 두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며 "현재 우리 내부에는 C팀이라고 불리는 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늙어서 이제 변화, 새로운 것에 적응이 안 된다. AI 설명을 듣다 보면 왜 내가 이걸 다 알아야 하나, 아는 사람 시키면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다 배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한 문제니, 그렇게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패러다임 전환 시대의 해법으로 '멀티 CEO)' 도입을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은 "왜 CEO는 한명이냐. 멀티가 차라리 낫다"며 "내가 잘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AI든, MZ 세대든 잘 아는 사람을 데려와서 CEO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전문가인 박성현 대표는 "기업의 앞날에 대해서 AI 중심 패러다임 실체를 마주하면 좋겠다"며 "남들보다 반발짝 먼저 적응하면 남들보다 비용 절감 등 부가가치를 먼저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미국·중국 갈등으로 야기된 지정학적 위기 돌파구로 '제4의 경제블록' 구축을 제안했다. 일본과 손잡고 북한을 넘어 중국, 유럽을 잇는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구상이다.
최태원 "미국과 중국이 룰을 강요하면 우리는 저항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며 "지정학적 위기를 방어하려면 그들(미·중) 만큼 시장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이 내놓는 정책에 휘둘리고 있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우리나라를 주축으로 그에 버금가는 경제블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