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경과조치 적용으로 가용자본↑, 요구자본↓
보험사들의 1분기 K-ICS(신 지급여력제도) 비율이 양호한 편으로 나타났다. 경과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적용 후 오히려 전 분기보다 10% 이상 증가하면서 개선된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업계에서는 IFRS17(새 회계제도)과 K-ICS 도입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새 제도의 안전한 연착륙을 지원하고자 K-ICS 경과조치 유예를 실행했다.
IFRS17은 올해부터 적용된 보험사의 새 회계기준으로 부채와 자산을 모두 시가 평가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K-ICS는 IFRS17과 함께 도입된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평가하는 제도로 기존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지급 여력) 비율을 대체한다. 기존과 달리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하며 측정기준을 다양화하고, IFRS17과 같이 부채와 자산을 시가 평가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보험사의 평균 K-ICS 비율은 219%로 나타났다. 전 분기 RBC 비율 대비 13.1%p 상승한 수치다. 이는 경과조치 적용 후 집계된 비율로 보험사의 가용자본이 2조1000억원 증가하고 요구자본이 10조8000억원 감소한 결과다.
가용자본은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을 의미한다. 요구자본은 보험, 금리, 신용 등 보험회사의 내재된 리스크량을 측정해 산출하는 것으로 올해부터 사업비, 자산 집중도 등의 리스크를 추가로 반영한다.
더 정교화되고 복잡해진 K-ICS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금융당국은 연초 보험사의 경과조치 신청을 가능하게 했다. 경과조치는 가용자본, 요구자본 보고 및 공시 등의 방안이 폭넓게 제시된다. 또 부채 시가 평가에 따른 책임준비금 증가와 보험·금리· 주식 위험액에 따른 부담을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한국신용평가 김선영 선임연구원은 “경과조치 기간 동안 모든 회사에 대해 RBC 체제에서 발행한 자본성증권을 한도 내에서 기본자본 또는 보완자본으로 인정한다”며 “K-ICS 체제에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손실흡수력 요건이 강화될 예정이지만, RBC에 따라 기 발행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한도 내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김 연구원은 “사전신고를 통해 선택적 경과조치를 적용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보다 완화적인 지급여력비율 산출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연초에 총 19개 보험사가 신청했으며, 생명보험사는 12곳, 손해보험사·재보험사는 7곳이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보험사의 1분기 재무 건전성 성적표에서는 경과 조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형 생보사 중 하나인 교보생명은 경과조치로 232.28%를 기록하면서 한숨 돌렸다. 적용 전은 156.04%로 전 분기 대비 24.6%p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겨우 넘는다.
한화손해보험도 K-ICS 경과조치를 통해 전년 말 대비 101.08%p 오른 254.4%를 기록했다. 그 외 NH농협생명은 325.5%, 하나생명 158.6% 등으로 집계됐다.
다만 경과조치 적용에도 몇 곳의 보험사의 건전성 비율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KDB생명, MG손해보험은 경과조치를 적용했지만 각각 101.7%, 82.6%로 나타났다. 경과조치 전에는 각각 47.7%, 65%를 기록해 보험업법상 권고치인 100%를 크게 하회했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