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900% 성장
공모펀드는 점유율 10%p 하락
수익률·투자 접근성 등 개선 필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자산총액이 100조원을 넘긴 가운데 공모펀드는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익률, 거래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열위인 탓에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0일 공모펀드 경쟁력 하락의 문제점과 대안을 분석한 ‘공모펀드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공모펀드 시장의 전체 자산운용시장(공모·사모·투자일임) 내 입지는 해를 지날수록 하락하고 있다. 2011년 31.4%이던 점유율(순자산총액 기준)은 지난 5월 21.6%까지 내린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투자일임 시장은 반대로 큰 폭 늘어난다. 공모펀드가 1.9배 성장할 동안 사모펀드, 투자일임시장은 각 5.4배, 2.4배 증가한다. 동기간 ETF 시장은 9조9065억원에서 96조7545억원으로 10배 넘게 뛴다.
이유는 단순하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공모펀드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그 배경으로 ▲수익률 ▲접근성 ▲자산운용사 전략 변경 등 3가지 원인을 꼽았다.
국내 공모펀드는 대부분 액티브 주식형 펀드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패시브형인 ETF와 비교해 초과수익률이 눈에 띄게 높지 않다는 점이다. 주식처럼 거래 가능한 ETF보다 투자 접근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자산운용사들이 ETF로 역량을 모으면서 이러한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삼성자산운용은 온라인 직판 서비스 ‘R2(알투)’를 단계적 축소한다고 밝혔다. ETF 시장 대비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의 차별점이 축소된 원인 때문이다.
순자산총액 기준 상위 3개 자산운용사의 ETF 제외 공모 주식형 펀드 시장 점유율은 2009년 53%에서 지난 5월 30%로 내린다. 반면 주식형 ETF 시장은 83~85%대 수치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렇게 ETF에만 주력할 경우 자산운용사의 운용 경쟁력이 쇠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5월 기준 주식형 ETF 중 해외형 상품은 27%를 차지하는 데, 이 중 대부분이 해외 유명 ETF를 따라한 상품이다. 창의적인 상품구조 설계, 기업분석 능력, 운용전략 등의 기존 운용사 역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모펀드가 줄면서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덩달아 좁아지는 문제도 있다. 투자자는 유연한 시장환경 대응, 위험-수익구조 다양화 등의 액티브 펀드만의 장점을 시장에서 찾기 어렵게 된다. 또 주식처럼 ETF 상품을 자주 손 바꾸면서 장기투자라는 펀드 본래의 순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가장 큰 유인은 수익률이다. 이를 위해 ETF나 사모펀드 시장으로 이탈하는 인력을 막고, 공모펀드 상품 설계에 투자를 늘리는 등의 자산운용사 역할이 가장 크다.
거래 편의성이 늘어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 공모펀드 거래소 상장이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연말 취임한 금융투자협회 서유석 회장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다.
서 회장은 "2021년 미국 펀드 시장에서 처음 공모펀드의 ETF 전환 사례가 나온 이후 약 400억달러 규모 펀드가 ETF로 전환됐다"며 "공모펀드를 상장하고 싶어 하는 운용사를 알아보고 있고 당국과도 협의해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사모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대체투자펀드의 공급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공모대체투자펀드 순자산총액은 지난 5월 기준 6조원 내외로 전체 공모펀드 중 2%를 차지한다. 반면 사모 대체투자펀드는 301조원까지 늘어났다.
공모 대체투자펀드 공급을 위해선 규제개선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공모자금만으로 우량 투자자산을 확보하기 어렵고, 공모펀드 특성상 환매 제한에 따른 유동성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선임 연구위원은 “액티브 공모주식형펀드의 안정적인 운용성과 달성을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가 절실하다. 공모펀드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수익증권상장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펀드 시장에서 대체투자펀드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유인체계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