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길어진 숨고르기에 건전성·유동성 우려 확산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 달성도 '미지수'
케이뱅크가 지난해 10월부터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숨고르기'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위험가중자산 급증, 불안정 예금 비중 확대로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불안정 예금 비중 확대로 유동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대출 부실화 위험도 높아지고 있어 케이뱅크가 저신용자 대출 공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용점수 65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공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신용점수 850점 이하 701점 이상의 중신용자에 대한 금리도 8%대로 매우 높게 적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중 취급된 대출 기준으로 케이뱅크가 신용점수 801점 이상 850점 이하 차주에게 제공한 평균금리는 8.28%로 집계되고, 751점 이상 800점 이하 차주와 701점 이상 750점 이하 차주에게 제공한 평균금리는 각각 8.57%, 8.67%이다.
같은 구간 카카오뱅크가 제공한 평균금리(6.61%~8.04%)보다 최소 0.6%p에서 최대 1.5%p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케이뱅크가 중저신용 구간에 대한 대출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중 취급된 대출 기준으로 카카오뱅크가 대출을 취급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866점대로 집계된 반면, 케이뱅크는 914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중저신용 대출 규모를 많이 늘리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신용자 공급 제한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포용금융'이라는 설립 취지를 외면할 만큼 건전성이 악화된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48%에서 ▲2분기 0.52% ▲3분기 0.67% ▲4분기 0.85%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연체율이 0.82%로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위험가중자산 급증, 불안정 예금 비중 확대로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케이뱅크의 위험가중자산은 2022년 3월 말 6조1523억원에서 2023년 3월 8조8614억원으로 1년 새 2조5000억원(44.0%) 이상 증가했다.
또한 이탈 가능성이 높은 불안정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확대되면서 유동성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불안정 예금은 11조51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800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소매·중소기업 예금(11조8126억원) 중 불안정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97.5%에 달했고, 총수신(16조6399억원)에서 불안정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9.2%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소매·중소기업 예금과 총수신에서 불안정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97.3%, 66.8%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 650점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제한하면서 올해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를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lycaon@greened.kr